대선 앞둔 美 ‘곤혹’… 유대·아랍계 의식, 한쪽 편들기 힘들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충돌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처지가 곤혹스럽게 됐다. 미국은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 징후가 짙어지자 마이클 쿠릴라 중부 사령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이란을 주저앉히는 데 실패했다. 미국은 우선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진정시켜 전면전으로 번지는 걸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델라웨어주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한 바이든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번 공격을 규탄한다”며 “모든 위협을 경계하고 우리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항공기,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을 지역에 전개했다. 바이든은 “이런 전력 배치와 우리 장병들의 대단한 실력 덕분에 이스라엘로 다가오는 드론·미사일 거의 전부를 격추하는 것을 도왔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맞대응에 따른 확전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도 전파하고 있다. 미 CNN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은 바이든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이란에 대한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하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을 벌일 경우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이같이 말한 것은 이스라엘이 공언한 ‘강력한 응징’이 실행되는 순간 중동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14일 G7(7국) 정상회의도 소집해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쟁이 확전 위기로 치달으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 표심과 아랍계 표심 모두를 관리해야 하는 바이든이 더욱 골치 아픈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이번 이란 공격을 거론하며 “우리가 집권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바이든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