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비자 완화’ 150일째 발묶여… 尹 ‘규제개혁 1호’도 공전
“E-9비자, 4년10개월이 시효 만료… 조선업 등 핵심인력 근속 길 열어야”
AI산업 육성-산단토지 용도 변경 등
내달 29일 21대 국회 종료땐 폐기
“외국인 근로자라도 4년 넘게 일했으면 용접공 중에서도 핵심 인력이고, 근무도 착실히 한다는 게 검증됐습니다. 비자 전환 없이도 장기 근속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4일 “제조업 기피 현상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는 현장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외국인고용법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 취득)는 4년 10개월 근무하면 본국에 돌아가 6개월 이상 체류한 뒤 다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재취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5만 명대에 머물렀던 E-9 비자 발급량은 지난해 12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6만5000명이 이 비자로 입국할 예정이다. 윤 정부는 6대 ‘킬러규제’ 중 하나로 외국인고용법을 꼽고, 그 법을 개정하려 했다. 하지만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은 150일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계류 중인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 킬러규제 법안조차 자동 폐기 위기
산업입지법은 1960년대 경제개발 당시 산단 내 업종 변경을 막아두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제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현재 대부분의 산단이 노후화되고 편의 시설이 부족해 지역 청년층의 유입이 줄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단지 내에서 제한돼 있는 토지용도 변경 및 복합용지 신설 절차를 완화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입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산단 내에도 생활·편의 시설을 만들고 재생 사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달이면 법안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 산업단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SK와 현대자동차 등이 울산시와 협력해 산업단지 경관을 개선하고 문화 공간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지자체도 환영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안 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환경영향평가법, 산업집적법 등 나머지 킬러규제 관련 법안 4건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국회를 통과했다.
● ‘규제개혁 1호’ 법안도 1300일 넘게 공전
인체 위해성이 낮은 디지털 의료기기의 허가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기기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소프트웨어(SW) 등 위험이 크지 않은 의료기기는 임상심사시험위원회(IRB)의 심사만 거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은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이나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한 법적 근거 역할을 할 인공지능기본법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규제혁신법안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경제계가 법률 개정을 호소하는 다수 법안도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경우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현행법에선 이익이 발생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첨단산업의 경우 초기 대규모 투자 후 이익 실현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계는 영업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해선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재계의 한 임원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법을 재추진해야 해 법 통과까지 기약 없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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