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던 바이든-네타냐후, '공적' 이란 앞에서 갈등 미봉하나
이란 공격 여부·라파 지상전 등 미-이스라엘 갈등 불씨는 여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가자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지 여부의 기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우선 13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후 곧바로 이뤄진 두 정상의 전화통화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방안을 고려했다가 이 통화 직후 철회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확전을 원치 않는 바이든 대통령의 뜻을 이스라엘이 수용했다는 의미다.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후 큰 진폭을 겪었던 두 정상의 관계가 이란의 공격을 계기로 다시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직후 이스라엘의 하마스 축출 작전을 전면적으로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로 날아가 공항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포옹하며 연대 의지를 보여준 뒤 미국은 외교적으로는 유엔에서 한동안 이스라엘의 '방패막' 역할을 했고,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세 속에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지난달 3만 명을 넘어선데다 지난 1일 미국 국적자를 포함한 국제구호기구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 7명이 이스라엘의 오폭으로 숨지자 태도를 바꿨다.
11월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폭 지원에 반감을 가진 지지층의 표심 이반 현상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이유가 커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 등과 관련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이스라엘 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균열이 최근 수년 사이에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드라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 통화에서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서 만큼은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난 1일의 시리아내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해 이란이 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보호할 것임을 약속했고, 병력을 중동으로 증파하는 한편 13일 실제 공격이 이뤄지자 요격 지원을 했다.
결국 지난 1일의 시리아내 이란 영사관 공격은 이란이라는 미-이스라엘의 '공적'을 기어이 현재의 분쟁에 직접 개입시켰고, '공적'의 이스라엘 공격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견을 옆으로 치워둔 채 다시 공조 태세를 정상화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전쟁으로의 확전 여부를 가를 버튼을 손에 쥔 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고,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과 국내 정치적 입지를 세워준 셈이었다.
만약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사태가 커질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비판은 격화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결국 미국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불구대천'의 적으로 생각하는 이란의 직접 개입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견을 미봉할 계기를 만들어 준측면이 엿보인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이런 상황까지 예상해가며 시리아내 이란 영사관을 공격했다면 '벼랑 끝 전술' 내지 '극약 처방'이 현재까지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중동 상황과 관련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 여지가 사라진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우선 이스라엘 내부에도 이란에 대한 후속 조처를 놓고 강온파 간의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가자 난민 100만 명 이상이 체류중인 가자 최남단 라파 지상전 계획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라파 지상전을 시작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는 다시 급랭할 수 있다.
결국 바이든-네타냐후 관계가 정상화할지, 다시 긴장으로 치닫을지는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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