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에게 투표하고 싶은 마음 들게 해야 선거에 승리”[월요 초대석]

김승련 논설위원 2024. 4. 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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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숙명여대-이준웅 서울대 교수 대담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운데)와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오른쪽)가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진행으로 4·10총선과 여론조사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대 4·10총선은 여론조사로 시작해 출구조사로 끝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론조사는 선거의 승패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응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면서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지금의 정치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그래서 기꺼이 투표소에 가서 표를 던질 뜻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 기능을 한다. 예컨대 여론조사 때 보수층 응답률이 떨어지면 절대 보수정당이 그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실제 투표장에 가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어 그렇다. 정치 지도자는 지지층이 여론조사 전화에 기꺼이 응답하게 하고, 투표장에 가서 투표할 맛이 나도록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과 통한다. 총선 민심과 여론조사의 상관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여론조사 전공학자 2명에게 답을 구했다. 12일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에서 있었던 대담은 김승련 논설위원이 진행했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를 통해 여당의 참패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총선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꺼냈던 ‘200석 개헌선’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마다 ‘나는 보수’라는 응답자 비율이 평소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보수 유권자가 숨었다는 뜻이다. 이런 숨은 보수가 선거 당일에 나타날지 말지가 변수였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사전투표율 비교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했다.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될 때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경북 포항 등지에서 이번 총선 때 그 숫자가 낮아졌다. 중앙선관위 250여 개 시군구 자료에 그게 들어있다.

―2월, 3월 여론조사를 보면 양대 정당의 승리 가능성이 요동쳤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장과 민주당의 공천 파동 때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올랐을 때다. 어떻게 해석하나.

▽김=갤럽과 NBS 등이 실시해 온 정기 여론조사의 흐름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더 긴 흐름에서 크게 출렁인 적이 거의 없다. 큰 변수가 안 됐다는 뜻이다.

▽이=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년 넘도록 30% 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 정도면 총선 승리가 쉽지 않다. 한동훈 등장 초기의 지지율 상승은 2012년을 연상시켰다. 한나라당이 임기 5년 차 이명박 대통령 대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을 이겼던 그때 말이다. 그런 기대감이 생기면서 보수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했다. 민심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여론조사에 적극적인 분위기가 생긴 게 (당시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2월 이후에는 의대 정원 확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 대파 논란 등 쟁점이 여럿 등장했다. 어떤 사안이 영향이 컸을까.

▽김=특정 사안들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치적으로는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동의한다. 유권자마다 찬반 의견은 그때그때 있겠지만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 여당에 악재가 등장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응답에 더 나서 대통령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하게 된다. 정치 지도자가 지지층에 투표할 이유를 제공하느냐가 선거 승리의 요체다. 민심을 살피는 정치라는 것도 바로 이 이야기 아닐까.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정권 심판 응답이 많이 나온 여론조사가 총선 담론을 지배한 것이 특징이다.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론정치는 민주제도의 기능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놀랐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응답률이 높아지면서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에선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과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는 잘 작동했나.

▽이=조사가 너무 많다는 점은 지적해야 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전국 조사만 234회 진행됐다. 234개 가운데 전화면접 방식은 대부분 주류 언론이 의뢰한 것으로, 88개였다. 나머지는 인터넷 언론이 발주한 ARS 조사였다. 이 숫자는 지역구 조사 말고 전국 단위의 지지 정당 조사만 따진 것이다. 그런 만큼 유권자이자 뉴스 소비자는 조사 품질 기준에서 옥석 구별을 잘해야 한다.

―좋은 여론조사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나.

▽이=높은 응답률이다. 몇 %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높을수록 잘된 조사로 볼 수 있다. 면접 조사원이 직접 질문하는 방식은 예산이 더 들지만, 끊으려는 유권자에게 ‘잠시만요’라며 붙잡기도 한다. 이렇게 응답률이 높아진다. 조사원은 평소 교육도 받아야 하니 ARS보다 비용이 더 든다. 5, 6배로 알고 있다.

―ARS 조사가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나.

▽이=컴퓨터가 전화 거는 ARS 방식은 응답률이 매우 낮아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축적돼 있다. 결론이 나 있는 셈이다.

―품질이 낮다면 금지시킬 수는 있나.

▽이=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어서 금지는 곤란하다. 어찌 보면 자동화라는 게 혁신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이 ARS 조사는 가급적 보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넷 매체가 보도는 하겠지만, 뉴스 독자들은 그런 조사를 마주하면 사람이 하는 면접조사보다는 신뢰를 덜 하고 보면 좋겠다.

▽김=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정치조사에 ARS를 규제하기도 한다. 워낙 텔레마케팅 회사의 로보콜을 많이 써서 상품 홍보를 많이 하니까 아예 금지시킨 주도 있다. 그 바람에 선거 여론조사도 ARS 방식은 응답할 패널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어떤 마음으로 답하나.

▽이=전화가 걸려올 때 응답하려면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응답률은 전화면접은 13∼14%, ARS는 3∼4%다. 접촉이 된 응답자 100명 중 13명 안팎과 3명 안팎이 응답한 결과물이다. 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은 지지 정당 공개에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작다. 또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의견 표명 성향이 높은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응답률 표현 기준이 다르다. 3만 명에게 전화 걸어 1만 명이 전화를 받았고, 그 가운데 1000명이 답변을 끝까지 마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우리는 접촉률(33%)-응답률(10%)로 표시한다. 미국에선 최종 응답률은 두 숫자를 곱한 3.3%가 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 최종 응답률을 ‘성취율’ 등으로 표현하자는 의견이 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슈지만 선거 1주일 전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김=과거엔 선거 앞두고 엉터리 조사 결과를 퍼뜨릴 우려가 있었다. 지금은 조사 방법을 함께 공개하니까 장난치는 게 쉽지 않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함으로써 선거 하루 전까지는 발표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이=흔히 말하는 ‘깜깜이 기간’은 선진국 중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정도만 남아있다. 하지만 국회가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하루 전날까지 발표하도록 해야 엉터리 여론조사를 하는 회사들이 냉정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럴 때 여론조사 품질이 더 좋아져 유권자에게 도움이 된다.

▽김=현역 의원들은 자기 선거구 도전자가 신인일 경우 마지막에 따라붙을 걸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1주일간 공표를 차단하면, 신인의 도전장을 받는 현역 의원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론조사 기관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여론 왜곡 문제는 없나.

▽김=특정 업체가 너무 많이 틀렸다는 점은 꼭 지적해야겠다. 이 업체는 언론사 의뢰 없이도 자기 예산으로 여론조사를 가장 많이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3월 25일 이후 이 업체가 실시한 비호남권 조사 27개를 전부 살폈는데,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할 때 단 1곳도 예외 없이 민주당 후보가 과다 추정됐다. 7곳은 당락이 뒤바뀌었는데, 모두 민주당 당선으로 잘못 추정됐다.

▽이=이런 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지지 정당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실제 투표할지 말지 행동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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