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질문으로 풀어보는 퇴직연금 투자 방법[김동엽의 금퇴 이야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고수익을 추구하다 큰 손실을 입는 것도 위험하지만, 수익률 향상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원금 보존에 치중하면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원금 보장에 집착하다 임금상승률이나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내면 연금자산의 실질가치가 떨어진다. 문제는 대다수 연금 가입자들은 전자의 위험은 두려워하면서 후자의 위험은 간과한다는 데 있다.
● 정기예금 수익률이면 만족하는가
먼저 목표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같은 날 입사한 동기도 목표수익률은 다를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적어도 임금상승률 이상 수익을 내야 손해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야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을 때만큼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정기예금 정도 수익을 얻으면 만족하는가. 그렇다면 원리금보장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원리금보장 상품으로는 정기예금, 이율보증보험(GIC) 등이 있다.
원리금보장 상품을 선택할 때는 만기와 금리를 함께 살펴야 한다. 만기가 길수록 높은 금리를 주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약정한 금리를 받지 못한다. 만기 관리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정해 뒀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만기 후 6주가 지날 때까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그제야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될 때까지 만기상환금액은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 스스로 투자 관리를 할 수 있는가
치솟는 물가와 임금인상률을 고려하면 원리금보장 상품이 제공하는 수익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투자 관리를 할 시간, 경험, 역량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게 가능하면 DIY(직접 해보기·Do It Yourself) 방식을 택하면 된다. 투자할 상품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상품을 교체하고 투자 비중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 중에 이 같은 일을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 경험과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투자 역량과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르면 된다. 처음 상품을 고를 때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더라도, 일단 가입하고 나면 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금융상품이 적합하다. 이 같은 유형의 투자 상품으로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있다.
● 위험자산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자산배분형 펀드란 투자 위험이 상이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금융시장 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자산 편입 비중을 조정해 주는 펀드다. 자산배분형 펀드를 선택할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과 한도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의 투자 성과는 대부분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 일정하게 자산 비중을 유지할 것인지,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 갈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전자를 원한다면 밸런스드펀드(Balanced Fund)를 선택하면 된다. 밸런스드펀드는 위험 자산을 얼마까지 편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나뉜다. 따라서 자산의 위험허용 수준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후자를 원하는 사람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를 선택하면 된다. TDF는 목표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목표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지만,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알아서 줄여 나간다.
타깃데이트펀드(TDF) 가입자들 중에서 “만기가 다 돼 가는데 적립금을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TDF의 목표 시점을 예적금 만기와 동일한 것으로 잘못 알고 하는 질문이다. 예적금 가입자는 만기 도래 시 원금, 이자를 함께 수령하지만 TDF의 목표 시점 개념은 조금 다르다. 교통편으로 비유하자면 운행을 종료하는 종점이 아니라 ‘잠시 섰다 지나치는 정류장’에 가깝다.
●디폴트옵션 실시 후 TDF 관심↑
국내에 TDF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건 2017년이었다. 당시에 TDF 상품을 출시한 자산운용사는 6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1곳이 해당 상품을 운용 중이다. 적립금 규모는 2017년 말 7431억 원에서 2021년 말 10조 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유행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면서 적립금 규모는 다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TDF 순자산은 16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TDF는 연금 가입자에게 최적화된 초장기 금융상품이다. 노후자금을 축적하고 인출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무턱대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다 큰 손실을 보면 안 되지만, 원금을 지키기 위해 낮은 수익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연금 자산의 가치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TDF는 전 세계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 간 분산투자를 통해 국내에만 투자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고,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있다. ‘목표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비중 조절은 사전에 정한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목표 시점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목표 시점에 임박할수록 주식 비중은 줄어든다. 이처럼 펀드가 자산별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기 때문에 투자 경험과 여력이 부족한 연금 가입자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2030 TDF 적립금 규모 가장 커
TDF는 일종의 ‘시리즈 펀드’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시리즈에 속한 TDF는 동일한 운용 철학과 운용 방법을 유지한다. 목표 시점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도 동일하다. 통상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은 예상 은퇴 연령이 비슷한 투자자들을 5단위로 묶어 새로운 목표 시점을 가진 TDF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목표 시점을 ‘빈티지(Vintage)’라 부르기도 한다. TDF 펀드 이름 뒤에 붙어 있는 네 자리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목표 시점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예상 은퇴 연령에 적합한 빈티지를 지닌 TDF를 골라야 한다.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빈티지를 조정할 수도 있다. 같은 해에 은퇴하는 근로자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투자성향을 지닌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35년에 은퇴할 예정인 사람이라면 ‘2035년 빈티지’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근로자라면 2025년이나 2030년 빈티지를 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면 2040년이나 2045년 빈티지를 고를 수 있다.
현재 2020∼2060년 사이의 다양한 빈티지를 지닌 TDF가 출시돼 있다. 이 중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30년 수령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펀드로 작년 말 기준 28개 상품이 있으며 순자산은 3조3503억 원이다. 전체 TDF 적립금의 20.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음 순위는 상품이 19개, 순자산이 2조7000억 원인 2024년 빈티지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상품 13개, 순자산이 2조4261억 원 규모인 2025년 빈티지다.
●올해 목표 시점 도달하는 2025 TDF
올해 목표 시점에 도달하는 2025년 빈티지 TDF의 순자산도 2조 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목표 시점에 도달하는 즉시 적립금을 찾아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TDF 가입자들은 예상 은퇴 연령에 맞춰 목표 시점을 정한다. 이들에게 목표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은 노후자금을 모으는 기간이 끝났다는 의미다. 이제 적립금을 운용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목표 시점이 지난 다음에도 TDF가 계속 운용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TDF가 목표 시점에 도달했을 때 가입자는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목표 시점 당시의 주식 비중을 살펴봐야 한다. 대다수의 TDF는 목표 시점에 주식 비중이 40% 미만인 편이다. 목표 시점 이후의 주식 비중 변화도 파악해두면 좋다. 목표 시점 이후에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도 있고,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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