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총선 이후 한·중 관계는?

이우중 2024. 4. 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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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양국관계 수년째 제자리
濠는 中과 지속적 소통으로 해빙
주중대사 갑질 의혹 先해결 돼야
韓기업 中진출 지원 등 논의될 것

“일단 한국 총선 결과를 한 번 봅시다.”

올해 초 한 중국 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당시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던 목적이라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지난주 총선이 치러졌다. 그의 바람대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총선에서 야당이 넉넉하게 승리를 거뒀다. 추측건대 그는 총선 결과에서 정권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경색돼 있는 한·중 관계가 변화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그런데 야당의 압승으로 정말 한·중 관계에 변화가 생길까.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총선 한 번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기 쉽지 않은 탓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총선 직후 한국의 외교 정책기조에서의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포퓰리즘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실 이전 정부에서도 몇 가지 시그널에도 한·중 관계는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가 이번 선거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기 어렵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총선에 대한 입장에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의 내정으로 이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며 “중국과 한국은 서로 협력 파트너로, 중·한(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 최근 중국 한 지방정부의 행사에 참석했는데 만찬 테이블에 호주산 와인이 올라와 다소 놀랐다. 중국이 지난달 말 호주산 와인에 대한 보복관세를 3년 만에 해제한 데 따른 것일 터였다. 중국은 한때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의 고율관세를 부과했는데, 관세 부과 이후 연간 호주의 대(對)중국 와인 수출액이 99% 급감하기도 했다. 특히 지방정부의 행사라는 점에서 앞서 중국이 세계적 와인 산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닝샤 지역의 와인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호주산 와인을 제공한 것은 이유가 있어 보였다.

호주의 화웨이 제재 동참에 이은 코로나19 발병 원인 규명 촉구 등으로 2020년 들어 틀어진 중국과 호주 관계는 지난해부터 개선의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호주 총리로 7년 만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고,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6월 호주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문득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가로막힌 우리 콘텐츠는 언제쯤 중국에서 활발히 소비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이후 한국 영화의 중국 개봉작은 1편에 불과했다.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급증한 덕에 수출액은 크게 증가했다지만 직접 공략은 아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 ‘파묘’ 등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양국 간 대화가 필수적이다. 무턱대고 “셰셰”를 외치자는 말이 아니라 실무자·고위급 대화를 통해 취할 것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주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면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나 파이브 아이스(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정보 동맹)에서 나간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이처럼 안보는 안보대로 유지하되 실리를 추구할 방법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재호 주중대사가 대사관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에 휩싸이는 등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갑질 의혹 신고가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베이징에 감사팀을 파견해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부 문제부터 신속히 해결돼야 한·중 관계 진전 해법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을까.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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