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칼럼] 초저출생과 흔들리는 백년대계

2024. 4. 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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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감소로 과소학교 증가
교육 질 저하에 지방소멸 가속
백년 내다보는 체질 개선 시급
정부·교육계 등 협력 필요한 때

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매우 낮다. 초저출생의 효과는 교육 부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작년 한 해에 태어난 23만명이 성장하여 학교에 다닐 때 학생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시에는 작년 입학생 수의 57%, 중학교 입학 시에는 50.8%, 고등학교 입학 시에는 48.9%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다. 전문대 및 대학교 입학 시에는 최근 대학진학률을 적용하더라도 작년 신입생의 3분의 1(33.6%)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제 도입(2002년), 대학 정원 확대 등에 따라 학교 수는 빠르게 증가하였다. 2000~2022년 기간만 보더라도 초등학교는 5267교에서 6163교, 중학교는 2731교에서 3258교, 고등학교는 1957교에서 2373교, 대학교는 161교에서 190교로 늘어났다. 그러나 저출생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학교 과잉에 따라 과소학교(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폐교로 이어지고 있다. 과소 초교가 2020년 1484교에서 2040년 1943교, 과소 중학교가 573교에서 784교, 과소 고교가 95교에서 213교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소학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교된 초·중·고교는 2019~2023년 기간에만 154교에 이른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
폐교가 증가하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는 ‘신(新) 맹모삼천지교’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면 소재지에 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군청 소재지 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과소학교의 경우, 학생 수 부족으로 사회화 교육 등이 어려워지면서 교육의 질 저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줄어드는 학생들이 인기 학과에 편중되는 현상으로 비인기 기초학문 분야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대학과 달리 지방대학은 학생 모집난으로 경영이 부실해져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그 여파로 지방대학의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교육문제는 부모와 아이들, 청년층의 지역 이탈을 부추겨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저출생 현상에 따른 교육문제는 출생률 회복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출생률 회복을 확신할 수 없고, 가능하더라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출생률 회복과 더불어 저출생 시대에 맞는 교육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부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의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이러한 학제를 채택한 국가는 많지 않다. 저출생에 따른 학생 감소 시대에는 외국에서와 같이 8(초등)-4(중등)-4(대학)나 7-5-4 등으로 개편하여 소수의 학생들을 집중시켜 효과적으로 교육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초·중·고교를 통합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도 울타리만 철거하는 형식적인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교장, 교감 및 교사를 공유하는 화학적 통합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학생 감소 시대에 모든 대학이 종합대학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단과대학 중심의 특성화대학으로의 전환을 통해 모든 지역에서 균형 있게 대학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러나 저출생의 영향으로 교육의 근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저출생 현상을 극복하여 다시 학교에 학생들이 채워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인적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학생 수 감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백년을 내다보는 교육체질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저출산 시대의 교육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와 교육계,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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