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팽목항에서
기자 2024. 4. 14. 21:49
엄마가 새끼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부두도 눈이 부어 있다
맹골수도 바람은 세고
바다는 하염없이 끌려간다
바람도 바다도 제 존재를 괴로워한다
사람들은 영혼을 말하고
오래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나부끼는 리본들은
하늘에 있는 것 같다
말은 살아남은 자처럼
말이 없다
모든 비유가 열리고 닫힌다
초록이 너무 푸르다 임선기(1968~)
십 년 전, 4월16일 인천에서 떠난 ‘세월호’는 뒤집힌 채로 차가운 맹골수도에 떠 있다.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과 보내지 못하는 유가족의 마음속에 아직도 기울어진 채로 떠 있는 배. 시인은 팽목항에서 그들의 눈물을 대신 받아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모습은 어미들이 새끼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 아닐까. 그 거룩한 밥을 줄 “새끼”를 잃어버린 “엄마”의 슬픔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우리는 온전히 그 심연으로 내려갈 수 없다. 자식을 잃은 엄마처럼 “부두도 눈이 부어 있다” “바람도 바다도” 알까?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기억과 애도의 날들이 길지만, 언제나 시작인 날들. 슬픔을 다 못 끝낸 3654일, 진실은 묻혀 버리고 “오래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까 “모든 비유”가 열려 말할 수도 있지만, “모든 비유”로도 결코 말할 수 없어 닫힌, 깊고 깊은 슬픔이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초록이 너무 푸르”러 아픈 날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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