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공직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검증
후보자 검증 목적 ‘공직적격’ 판단
그 가족 범위도 배우자·직계존비속
박은정 전 검사, 남편 재산 논란에
“160건 수임…160억원 벌었어야”
전관예우 당연시한 부적절한 발언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후보 재산내역(2023년 말 기준)과, 그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2023년 2월 검찰에서 퇴직 시 신고한 재산내역을 비교해보면 이들 부부의 재산이 그간 41억원 정도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이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10개월 동안 그만한 액수로 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이 변호사가 개업 후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 기여했으리라는 점이고, 이를 보도한 의도는 그러한 수익행위가 배우자인 박 후보자의 공직적격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유가 된다는 점을 보이려는 데 있는 듯하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후보자 본인의 사생활 외에 그 가족의 사생활이나 기타 공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행위 가운데 어떤 것이 언론 보도나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정립된 기준이 있지는 않다. 이러한 검증이 후보자의 도덕성이라는 자질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기준은 공직적격을 의심할 만한 것인지 여부라고 해야 한다. 도덕성을 말하다 보면 자칫 검증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파당적 흠집 내기로 흐를 염려가 있다.
우선 명확히 할 것은 여기에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한정해야 옳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국 대표가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을 때 어느 의원이 조 대표 남동생의 위장이혼 등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적정한 검증의 범위를 일탈한 점에서 잘못된 일이었다. 또 가족이더라도 미성년 자녀의 학폭 등 비행에 대해서는 부모로서 교양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서 공직적격성을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겠지만, 비행의 처리과정에서 후보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사정이 없다면 미성년 자녀의 보호를 위해 보도나 공개를 자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편 지난해 대통령실이 고위공직자 검증에서 성년인 자녀의 직장 내 괴롭힘, 성인지 감수성 등을 확인하기로 검증기준을 강화한 것도 찬성하기는 어렵다. 이는 자녀의 취업 시 공직후보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가 공직적격을 의심케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늘날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자녀의 실패를 무조건 부모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공직적격이다. 다만 대통령 후보자의 경우 그 배우자의 사생활 중 부정적인 부분에 대하여 논란을 삼는 것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공직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그 사생활도 엄격한 검증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법령상 공직후보자가 가족의 사생활 중 밝혀야 할 사항 중 유일한 것은 재산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후보자 가족의 재산과 세금 납부 및 체납 상황은 신고대상으로 규정되어 있고, 인사청문회법상 공직자 임명동의안에도 가족의 재산은 신고사항으로 첨부돼야 한다. 그러나 그 밖에 공직후보자 가족의 사생활에 대해 공개를 강제하거나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사생활 영역에서와는 달리 공직후보자 가족의 재산 문제는 재산이 가족생활의 원초적 기반이 되는 점에서 그 형성과정 중 배우자가 행한 활동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인 듯하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선거에 있어서는 이러한 국민 정서가 현실적으로 작용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공직후보자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언론이 이 변호사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하여 전관예우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가 공직후보자의 배우자인 점에서 정당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전관예우 의혹에 반응한 박 후보자의 언행이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나와 그런 의혹을 부인하면서 “통상 검사장 출신 전관은 착수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남편이 (변호사 개업 후 1년간) 160건을 수임했으니 만약 전관예우를 받았다면 160억원을 벌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명하는 과정에서 셈법을 논할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마치 전관예우를 당연한 일로 전제하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는 이 발언의 부적절성이야말로 공직적격과 무관하지 않다. 또 이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어 “윤석열 정권에서는 전관예우를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본래 정권과는 무관한 전관예우의 속성상 그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이러고도 향후 박 당선인의 검찰개혁 주장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또 이런 유의 언행으로 법조인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지는 것은 어쩔 것인가. 딱하다.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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