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실패한 사람은 물러났고, 성공한 사람은 기세등등했다. 정권 심판을 바랐던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진보정치의 위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무거운 침묵에 말 한마디 보태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나 역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온 후보자들의 낙선이 뼈아팠고, 노골적으로 혐오 정치를 펼쳤던 이들의 당선에 한숨이 나왔다. 22대 국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대보다 답답함이 밀려온다.
어김없이 선거 다음날이 밝았다. 상담 전화를 응대해야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고,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매월 1회 생필품 키트를 발송하는 날에 맞춰 우체국 집배원은 아침부터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거나 빈곤, 방임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지원될 물품 박스는 차별을 경험한 횟수만큼 제법 무거웠다.
이어진 회의에서 성소수자 자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입법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자살예방법’ 개정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법 제정 이후 5년마다 수립하는 자살예방기본계획과 자살 실태조사에서 성소수자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 정신건강 위기는 늘 문제였지만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국가는 법에 규정된, 국민을 자살 위험으로부터 구조할 책임마저 방기했다. 그사이 주 1회 방문하는 책임 심리상담사가 ‘띵동’에 도착했고, 자살 위기·우울·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차례로 띵동 문을 두드렸다.
22대 국회가 출범하더라도, 성소수자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차별과 혐오가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성정체성을 숨기는 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침묵하고 숨겨야 했던 일상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정권 교체만큼 중요한 혐오·차별 금지와 입법적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인권의 가치를 지키며, 성소수자의 삶도 소중하다고 말할 사람은 있기나 한 것인가.
띵동은 선거 전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위한 입법 캠페인’을 진행했다. 602명의 청소년을 포함해 총 1314명의 응답자들은 학교가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혐오와 차별이 아닌 평등과 포용의 가치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모든 당선인에게 ‘성소수자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리고 성소수자 일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차별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도록, 그리고 성소수자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일상은 선거가 아니니까.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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