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어민들 삶이 어우러진 풍부한 인문자원”

한대광 기자 2024. 4. 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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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을 갯벌·섬·어촌 연구
김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
김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왼쪽)가 2010년 강릉 주문진 해안가에서 김 채취를 하고 있는 어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준 교수 제공
‘바다맛기행’ ‘섬문화 답사기’ 등 저술 통해 바다 알리기 활동
‘슬로피시’운동도…“도시 소비자, 공동생산자라는 인식 필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갯벌·섬·어촌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당일일 경우 두 차례, 2박3일이면 한 차례씩 찾는다. 국내 유인도는 제주도를 포함해 473개인데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섬이 없다. 한 번 간 곳보다 서너 번씩 간 곳이 더 많다. 어부가 아니다.

한국의 어민, 어촌, 바다, 음식을 연구하는 김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61)다.

그는 ‘바다 인문학자’다. 김 교수는 1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도시인들에게 바다는 먹거리의 주산지 정도로 치부되지만 수많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자연자원이자 어민들의 삶이 어우러진 인문자원”이라며 “이러한 자연자원과 인문자원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논리가 아니라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고, 그래야 어민과 도시민 모두 공감하고 공유·동참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어촌공동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저술하기 위해 바닷가를 찾기 시작한 이후 30여년째 바다와 함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처음엔 전남 완도의 섬마을을 찾아가 주민들 인터뷰도 하고 관찰하고, 토론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농촌과는 다른 어촌만이 가진 가치와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면서 “계절은 물론 밀물·썰물 때마다 바뀌는 갯벌과 바다, 어민들 삶의 방식, 음식문화까지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산하 슬로피시(Slow Fish)운동본부장도 맡고 있다. 슬로피시운동은 ‘지속 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를 내걸고 있다.

김 교수는 “깨끗하고 공정하고 좋은 음식을 추구하는 게 슬로푸드의 가치인데 이런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맛과 환경이 좋아야 하고 밥상에 올라갈 때까지의 유통도 공정해야 한다”면서 “해산물도 독특한 채취 전통과 지역성을 존중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재료를 지키기 위해 리스트도 작성하고 캠페인도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젠 도시의 소비자도 공동생산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좋은 바다 식재료를 지킬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생산자·소비자·음식 제조자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실천적인 학술연구는 다양한 저술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1월 전남 고흥군 동강면에서 독자 30여명을 초청해 지난해 12월 출간한 <섬살이, 섬밥상> 북토크를 진행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해산물로 만든 125가지 바닷가 음식을 소개했다.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음식으로 바다 인문학을 담아낸 저작이다.

김 교수는 “요리책은 음식 전문가들의 영역이고 저는 이 책에 바닷가에서 나는 재료가 갖는 의미는 물론이고 그 재료가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으려고 했다”면서 “도시민들도 이젠 수산물을 볼 때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정도가 아니라 어민들 삶의 가치에 공감하면서 소멸해가는 어촌·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혹시 어촌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따뜻한 눈으로 갯벌과 바다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갖기를 부탁한다”고도 했다.

그는 <바다맛기행> <바다인문학> <물고기가 왜?> <섬:살이>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 섬과 바다에 관한 다양한 책을 저술했다. 그는 최근 6권 출간을 앞둔 <섬문화 답사기>에 대한 애정도 크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섬문화 답사기>를 간행하기 시작했는데 8권까지가 목표”라며 “앞으로는 한국의 다양한 해양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글로 옮겨 이해를 돕는 책도 선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대광 선임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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