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운·미 금리인하 지연에…‘치솟는 환율’ 달러당 1400원 넘본다

김경민 기자 2024. 4.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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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환율 겹쳐 물가 인상 압력
한은 “환율 위협 예전보다는 낮아”
산업부, 원유 수급·수출 물류 점검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 시 개입 시사
힘 못 쓰는 원화 14 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지난 12일 환율은 1375.4원으로 종가 기준 2022년 11월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창길 기자

중동발 확전 위기 고조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375원을 돌파하며 1400원 선을 넘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긴 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초 1293원이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까지 82.4원(6.4%)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75원을 넘긴 것은 2022년 11월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이다.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보면 오히려 환율이 안정화될 만한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로 경상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이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만 171억달러(약 2조351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 지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 데다,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위기가 오는 상황은 아니고, 해외 투자와 자산이 굉장히 늘어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결합해 교통비, 공공요금 등 생활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본토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강력한 저항구간이던 달러당 1360~1370원 이후에는 딱히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 시 당국의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원유 수급과 수출기업들의 물류 상황 등을 집중 점검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고, 국내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는 이란 앞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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