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동성 불안의 실체와 여파

한겨레 2024. 4. 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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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동성 불안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역레포(연준이 미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 창구인 'ON RRP' 잔고 소진 우려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연준이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 대부분을 역레포 계정 속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감당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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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김승혁의 꼬리무는 경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의 유동성 불안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역레포(연준이 미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 창구인 ‘ON RRP’ 잔고 소진 우려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5월 약 2조2천억달러까지 높아졌던 역레포 계정 잔액은 올해 3월 기준 4600억달러까지 줄었다. 이런 감소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5~6월 역레포 잔액이 소진될 것이라 시장은 예상한다.

역레포 계정 잔액이 소진될 경우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이다. 실질적인 유동성으로 간주되는 지급준비금은 그간 연준의 양적긴축(QT) 와중에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 이유는 역레포 계정이 완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준이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해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 대부분을 역레포 계정 속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감당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역레포 계정 잔액이 소진되면 양적 긴축 효과는 시중 유동성으로 집중되어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줄 수 있다.

지급준비금 감소 후 시나리오는 ‘지급준비금 감소 → 은행 재정 건전성 불안 → 시스템 리스크 우려 → 증시 하락’이다. 여기에다 은행 유동성 리스크를 줄여주던 연준의 은행대출제도(BTFP)가 지난달 11일 종료된 점도 시장 불안감을 키운다. 비티에프피는 금융사들이 만기보유증권을 담보로 급전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더라도 증시가 반드시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두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의 재무상태다. 한 예로 3월 말 기준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잔액은 약 5조3100억달러다. 자금이 풍부했던 2022년 12월 예금액(약 5조3600억달러)과 엇비슷하다.

또한 작년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의 핵심 원인인 보유 채권 평가손익 하락 시나리오도 지금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3월에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은행 보유 채권 가치가 꾸준히 하락했으나, 현재는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실제 3월 기준 은행 보유 자산 평가액은 약 4조2천억달러로 저점 대비 5.6% 상승했다.

둘째 비티에프피 종료에도 연준의 재할인 창구 자금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 제도 종료 전후로 은행들은 대출 상환에 나섰으나 재할인 창구 대출 증가세가 미미했다. 재할인 창구는 연준이 다양한 신용 등급의 채권들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인 만큼 은행대출제도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이는 은행 자금 상황이 긍정적임을 시사한다. 시장의 걱정처럼 비티에프피 종료가 유동성 위기의 발단이 될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물론 재할인 창구가 주는 ‘낙인효과’로 인해 자금 부족에도 해당 창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존재한다. 다만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러한 낙인효과가 점차 희석되는 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재할인창구의 낮은 이용률은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괜찮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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