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男女 구분 기준, 몸 대신 마음이라니
영화 ‘인셉션’에 출연한 여배우 엘런 페이지가 몇 해 전 트랜스젠더 선언을 하고 남자가 됐다. 이름도 엘리엇 페이지로 바꿨다. 소셜미디어엔 웃통을 벗은 모습으로 등장해 운동과 호르몬 투여 덕에 울퉁불퉁해진 근육과 절제 수술로 납작해진 가슴을 ‘증거’로 공개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성전환을 하려면 페이지처럼 수술해야 했다. 법원은 신체 기관 변화를 확인한 뒤에야 성전환을 인정했다.
▶그런데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자기 성별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법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주 14세 이상이면 법원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자기 성별을 정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성을 바꾸기 위해 수술을 받거나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페이지도 조금 늦게 성전환을 택했다면 수술하지 않고 ‘법적 남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성별 선택 범위도 다양해져서 양성애 성향이 있다면 ‘다양’을 고를 수 있고 이마저도 싫으면 성별 선택란을 비워둘 수도 있다. 덴마크·아일랜드·노르웨이·포르투갈·스위스·스페인·핀란드 등도 유사한 법을 이미 도입했다.
▶개인의 인권을 키우기 위해서라지만 ‘내 맘대로 성 고르기’의 혼란도 만만찮다. 미국에선 성전환 수술 없이 호르몬 주사만 맞고 여자가 됐다고 주장하던 남자가 여자 탈의실에 들어갔다. 여자들이 항의하자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겠다”는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어느 미국 고교는 “남자 화장실을 쓰겠다”는 여학생과 7년이나 소송을 벌인 끝에 패소했다. 기업들은 분란을 피하기 위해 남녀와 성 소수자를 가리지 않는 ‘성 중립 화장실’을 잇달아 설치한다.
▶스포츠 분야에선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미국의 한 남자 수영 선수는 성적이 오르지 않자 여성 호르몬을 맞은 뒤 여성부 경기에 출전해 정상을 휩쓸었다. 그가 출전하는 대회마다 ‘여자로서 경쟁하는 남자를 거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국제사이클연맹도 성전환 선수가 다관왕에 오르자 ‘여자로 성전환하면 여성부 출전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성별 결정 기준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주장이 번지는 배경엔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세태 변화가 있다. 개개인의 선언만으로 성별을 정한다는 발상에 당혹해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여성이 성범죄를 당할 우려도 있다. 스코틀랜드에선 성폭행범이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고 여자로 인정받아 여자 교도소에 수감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신이 성을 정해준 이유를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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