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대신 도전’ 선택한 박지현 “해외 도전은 오랜 꿈…배려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임의 해지 선수가 되면 2024~2025시즌 등록 선수 정원에서 제외된다. WKBL 복귀를 원하는 경우, 공시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한다. 또, 우리은행으로만 복귀가 가능하다(다른 구단과의 계약 체결은 임의 해지 공시 3년이 경과한 날부터 가능하다).
프로 데뷔 후 첫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지현은 최고 연봉이 보장된 핵심자원이다. WKBL뿐 아니라 한국여자농구의 얼굴이 될 인물이기도 하다. 많은 것이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해외리그 도전을 택한 박지현의 결정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14일 저녁, 박지현과 유선 인터뷰를 가졌다.
말씀을 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해외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해외에)나갈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그 결정을 안 하고 프로에 가게 됐다. 프로에 와서 우리은행에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기에 그때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WNBA를 많이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유럽리그에 많이 관심 생기더라. 학생 때 청소년 대표 신분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와 경기할 때도 느꼈지만, 오히려 프로선수가 된 뒤 세계 대회를 치르다보니 더 부족한 게 많이 느껴지고 나가서 배우고 싶었다.
사실 작년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 중이었기에 5년이란 기간을 채우고, 우리은행 선수로서 팀에 도리를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 끝나고 말씀드리려고 했다.
Q.그렇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고 어느 정도를 내다보고 있는지?
우리은행 소속 선수로서 규정상 다른 팀과 진행할 조건이 안 됐다. 스스로 준비한 부분은 있었지만 다른 리그나 팀과 컨택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은행과 마무리를 잘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앞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Q.위성우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반응은 어땠는지?
내 계획을 밖에 말씀드린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오늘 사무국장님께 먼저 말씀드렸고, 그 뒤에 감독님과 코치님도 오셔서 내 의사를 전했다. 사실, 위성우 감독님과는 해외리그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눠왔고, 감독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렇지만 구단과 이렇게 직접적으로 해외리그 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게 처음이다 보니 많이 놀라셨던 것 같다. 팀도 지금 FA가 많아 힘든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절 응원해주시고, 배려도 해주셔서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그게 맞다. 그렇지만 나의 도전이다. 감수하고, 포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게 크게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Q.학창 시절에 ‘국경없는 농구’ 행사에도 초청을 받는 등 경쟁을 경험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꿈을 갖는데 영향을 주었나.
사실 그 전부터 꿈은 있었는데, 그런 캠프들을 통해 꿈을 더 키우게 된 것 같다. 나 개인뿐 아니라 여자농구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Q.가족들의 반응은?
내가 어디에 이런 말을 하고 다닐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왔다. 언제나 가족들은 내 선택과 응원을 응원해주셨다. 많이 놀라셨겠지만, 그럼에도 내 결정을 좌우할 만한 어떤 말씀보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Q.튀르키예에 진출한 중국여자선수 리유에루나 호주리그(NBL)에 도전한 이현중 선수 등이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큰 영향을 받았다. 작년만 해도 유럽에 아시아 선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선수가 튀르키예에서 뛰는 걸 봤을 때 마음이 커졌다. 이현중 선수도 마찬가지다. 이현중 선수가 내게 따로 해준 것은 없다. 그렇지만 그의 도전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계획을 세우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WNBA도 아니고 유럽이기도 하니까 더 힘든 상황이었다. 이현중 선수 외에도 해외리그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 보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챕터로 넘어가려면 준비가 되어야 하니까 쉴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아픈 부분은 잘 재활해서 결점이 없는 상태로 도전하고 싶다.
Q.규정에 따르면 1년 뒤에는 우리은행 소속이고, 다른 팀과는 3년 뒤부터 가능하다. 이런 것 때문에 주위의 오해도 있을 것 같다.
한국 리그에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팀에도 말했다. 다른 리그를 뛰면서 더 큰 무대에 도전할 생각이다. 안 되면 한국에 돌아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배려해주신 팀을 생각해서라도 뭔가를 이루고 그랬을 때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다.
Q.팬들도 많이 놀랐을 거 같은데 한마디 해준다면?
아마 많이들 놀라셨을 것 같다. 아무래도 1차 FA다보니 안정적으로 보셨을 거 같은데, 갑작스런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나도 우리은행 선수로서 지난 시즌에 특히 팬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었다. 힘들 때 팬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팬들뿐 아니라, 여자농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도 가치 있는 도전일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계속 도전할 것이고,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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