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유가 130달러 전망까지···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세종=심우일 기자 2024. 4. 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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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본토 공격-韓경제 리스크 확산]
역외 환율 한때 1386원까지 올라
원화가치 하락 주요국 최고인데
호르무즈 봉쇄땐 유가까지 급등
완화적 통화정책은 더 어려워져
경제버팀목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개최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안보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 고환율·고유가 리스크가 커졌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할 경우 공급발 물가 충격, 무역수지 악화, 기준금리 인하 제동이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에 비해 2.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31개국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인 것으로 러시아 루블(-1.69%), 이스라엘 세겔(-1.54%), 브라질 헤알(-1.54%)보다 내림세가 가팔랐다. 원·달러 환율은 13일(현지 시간) 역외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0원 이상 오른 1386.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원화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자본시장을 봐도 위험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은 이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한때 6만 7000달러에서 6만 2000달러 아래로 8%가량 급락했다. 반면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12일(현지 시간) 0.06%포인트가량 하락한 4.51%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 그만큼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국제유가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역시 상승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자산관리사 톨토이즈의 로버트 터멜 포트폴리오매니저도 “현재 유가에는 중동 리스크가 5~7달러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추가로 5~10달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며 “이는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 양상에 치달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한국의 원유 도입량 중 72.8%가 중동에서 들어왔다. 유광호 KIEP 전문연구원은 “아직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전면전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두 나라가 전면전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래피던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도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올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꼽히는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당장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공급 요인에 따라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 등 수출산업의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상승할 경우 해외 국가들의 수요를 억압할 수 있다는 점도 수출에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급발 인플레이션 문제를 키워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 기관 합동 비상 대응반을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은 국내 공급망과 산업계에 타격은 없다면서도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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