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이용 성범죄, 지인 범행이 더 많았다

윤솔 2024. 4. 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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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모르는 사이보다 지인 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조교수는 최근 학술지 '경찰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2022∼2023년 발생한 주도형 약물 이용 성범죄 1심 판결문 41건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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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곤 교수, 판결문 41건 분석
피해자, 초면인 경우보다 2배 ↑
직장 상사 등 우월 지위 악용 많아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모르는 사이보다 지인 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조교수는 최근 학술지 ‘경찰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2022∼2023년 발생한 주도형 약물 이용 성범죄 1심 판결문 41건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주도형 약물 이용 성범죄는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항거불능 상태가 되도록 한 뒤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다. 

14일 해당 논문에 따르면 판결문 41건의 가해자는 모두 남성이었고, 피해자는 총 56명이었다.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도 2건 있었다. 이 중 지인으로부터 범행을 당한 피해자가 35명으로 초면인 경우(17명)의 2배 수준이었다. 

특히 지인 중에서도 피해자보다 높은 지위를 가진 가해자로부터 범행을 당한 경우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의 술잔에 약물을 섞거나, 차에 태운 뒤 ‘술 깨는 약’이라고 속여 약물을 먹인 뒤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2022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일반적인 성폭력 범죄의 경우 타인(64.7%) 사이에서 발생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웃·지인은 12.2%에 불과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약물 이용 성폭력 범죄는 일반적 성폭력 범죄보다 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유흥을 위한 만남 등 피해자의 생활 양식에 따른 피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판결문 속 범행에 가장 많이 사용된 약물은 수면제로 쓰이는 졸피뎀(26건)과 메스암페타민(7건)이었다. 가해자들은 불면증·우울증 치료 등을 위해 약물을 처방받거나(11건), 온라인 등으로 구입해(5건) 약물을 입수한 뒤 대부분 술이나 음료수 등에 섞어 피해자에게 몰래 투여했다.

김 교수는 “미국 법무부의 경우 약물 이용 성범죄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의 종류 및 특성, 피해 의심상황 발생 시 대처요령 등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대중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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