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신’으로 갈수록 더 재밌는 ‘태하드라마’
2024 프로축구 K리그1(1부) 선두를 달리는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 경기는 박태하(56) 감독 이름을 딴 ‘태하드라마’라 불린다. 유난히 극적인 승부를 자주 펼쳐서다.
포항은 이번 시즌 7경기에서 13골을 터뜨렸는데 그중 9골을 경기 막판인 후반 25분 이후에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터뜨린 골만 5골이다.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FC서울 K리그 7라운드에서도 드라마가 펼쳐졌다. 작년까지 5시즌 동안 포항을 맡았던 김기동(53) 감독이 서울로 옮긴 뒤 옛 친정과 상대하는 첫 상견례. ‘김기동 더비’로 불린 경기다.
포항은 1-2로 뒤지다 교체로 들어간 이호재가 후반 27분 동점골, 추가시간엔 역시 교체 멤버인 정재희가 네 번째 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 승점 16(5승1무1패)으로 리그 선두 자리를 다졌다.
나이 서른, 프로 9년 차 공격수 정재희는 올 시즌 ‘태하드라마’ 주연 배우로 올라 섰다.
그는 광주와 3라운드(1대0 승) 후반 48분, 제주와 4라운드(2대0 승) 후반 47분, 대전과 6라운드(2대1 승) 후반 47분 각각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전 추가골까지 이번 시즌 자신이 넣은 4골을 모두 후반 추가 시간에 넣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은 울산에 0대1로 패한 1라운드를 제외하고 2~7라운드에서 교체로 나온 선수가 7골 3도움을 올렸는데 그중 정재희가 4골, 이호재가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두 선수를 ‘수퍼 조커’로 활용한 박 감독 전략이 맞아들어간 셈이다. 박 감독은 “프로 선수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없고 그런 내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개막 전 포항을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23시즌 선수단 총 연봉에서 12팀 중 9위(약 94억원)를 기록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포항을 K리그 2위로 이끈 뒤 서울로 떠난 김기동 감독 공백이 커 보였다.
12골로 득점 3위에 오른 공격수 제카(브라질)와 핵심 수비수 그랜트(호주)도 각각 중국 리그로 떠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고영준까지 세르비아 파르티잔으로 둥지를 옮긴 반면, 눈에 띄는 영입은 없었다.
달라진 건 지도자. 경북 영덕 출신에 현역 시절 상무를 제외하고는 포항에서만 뛴 ‘원 클럽 맨’ 박 감독이 작년 12월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K리그 새내기 사령탑인 그는 이미 2015년 중국 갑급 리그(2부) 꼴찌 옌볜 푸더를 맡아 탁월한 리더십으로 조선족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 1부 리그 승격 ‘기적’을 이뤄낸 바 있다. 그 마법을 포항에서 펼치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4년간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하면서 경기장을 누비며 현대 축구 흐름을 부지런히 좇았다. 시즌 초반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전술을 운용했고, 최근엔 공격력이 뛰어난 왼쪽 풀백 완델손(브라질)을 활용한 비대칭 풀백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왼쪽 완델손은 수시로 올라가고, 오른쪽 신광훈은 주로 중앙 수비수들과 나란히 후방을 지키는 조직 체계다. 완델손은 서울전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2도움을 올리며 공격 활로를 뚫었다.
포항 구단 프런트는 “감독님은 주전을 고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한다. 최근엔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작년에 거의 뛰지 못한 미드필더 윤민호를 선발로 기용했는데 이런 모습이 선수들에겐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포항에 이어서 김천(승점 15)이 2위, 울산이 3위(승점 14)를 유지했다.
김천은 13일 제주를 2대0으로 물리쳤고, 울산은 강원을 4대0으로 대파했다. 6라운드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던 전북은 이날 홈에서 광주를 2대1로 꺾고 리그 첫 승을 올리며 10위(승점 6·8골)가 됐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승점 6·11골)는 5연패 수렁에 빠지며 9위까지 처졌다.
14일 경기에선 수원FC가 대전을 1대0으로 눌렀고, 인천은 대구와 1대1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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