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덮친 `3高 먹구름`] 환율 1400원·유가 100달러 가시권… 연내 금리인하 물건너가나
피벗 지연, 부동산 PF 정리 발목
서민·기업 이자폭탄 부메랑도 우려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또 다시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특히 제5차 중동 전쟁 발발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치솟는 환율에 국내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longer for higher) 고금리는 경제 주체들의 고통 장기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예상 경로를 벗어난 물가는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나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도 큰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1.3원 오른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외시장에서는 1385.00원을 기록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선을 넘긴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2022년 정도 뿐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까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 우려를 반영해 달러가치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딱히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달러가 추가로 강세 시 1400원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 상승 압박에 시장에서는 한은의 7월 금리 인하 전망이 사실상 소멸됐다. 첫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7월에서 8월로, 늦게는 10월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한은이 7월부터 10월, 11월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인하로 수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 결과에 따른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 변화까지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도 9월로 수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7월에서 8월로 미뤘다. 금리 인하 폭은 7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줄였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벗 지연은 우리 경제의 '발등의 불'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PF사업장의 우발 채무가 새로 발생하고 '질서와 연착륙'을 내세운 당국의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올들어 시중금리가 내리며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도 다소 줄어드는 듯 했지만,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관련 지표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시중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다시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년만에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1098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업 대출도 문제다.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1272조8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0조4000억원이 늘었다.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대기업대출은 4조1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증가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대신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가며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결국 고금리 장기화는 대출은 받은 기업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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