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항로의 희망봉을 향해 [김형준의 메타어스]

한겨레 2024. 4. 14. 1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존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는 피부암이나 면역 체계 이상 등 건강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보다 앞선 1974년 미국의 과학자 마리오 몰리나와 셔우드 롤랜드는 프레온 가스가 상층 대기에 도달하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염소 원자를 방출하며, 이 염소 원자가 오존과 반응하여 오존층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오존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대기 전체로 보면 0.00006%에 불과한 기체이지만 그 대부분이 성층권에 존재한다. 주로 25~30㎞ 상공에 머물며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는 피부암이나 면역 체계 이상 등 건강상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염화불화탄소(CFCs), 즉 프레온 가스는 1928년 발명됐다. 무독성·무연성을 자랑하며 냉장, 공조, 스프레이 등에 사용되던 독성·인화성 화학물질의 대체재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1985년 영국 과학자 조 파먼은 남극 할레이 만(Halley Bay) 상공의 오존이 1970년대부터 급격하게 감소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염소의 증가가 원인임을 밝혔다. 그보다 앞선 1974년 미국의 과학자 마리오 몰리나와 셔우드 롤랜드는 프레온 가스가 상층 대기에 도달하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염소 원자를 방출하며, 이 염소 원자가 오존과 반응하여 오존층의 파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남극의 겨울은 매우 춥다. 때문에 남극 대륙을 감싸고 도는 극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는 남극의 기후를 고립시키고 겨울을 더욱 혹독하게 만든다. 성층권의 온도가 영하 78도를 밑돌면 극성층권 구름이 생성된다. 이 구름 입자의 표면에서는 염소 화합물과 같이 오존과 잘 반응하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봄이 되어 태양빛이 남극을 다시 비추면 겨우내 극소용돌이에 갇혀있던 이 물질이 광분해되어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남극 상공의 오존층을 파괴해 ‘오존홀’(ozone hole)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런 연구가 발표되었을 때, 특히 프레온 가스를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산업계로부터 상당한 논란과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초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후속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며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과 지구 생명에 미치는 위험과 영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다. 그들의 연구는 1987년 프레온 가스 “퇴출”을 약속한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가장 성공적인 국제 협약 중 하나로 오존층 파괴 물질의 배출을 크게 감소시켰다. 몰리나와 롤랜드 두 학자는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인류세”의 주창자로도 유명한 네덜란드의 대기 화학자 폴 크루천 또한 질소 순환과 오존층 파괴 기작을 밝혀 같은 해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존층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1980년대 이전 수준까지 돌아갈 전망이다. 축복이라고 생각되었던 문명의 이기가 지구 환경과 인간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연대해 극복해내는 성공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프레온 가스의 “퇴출”을 의결하고 30여년이 지나서야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나고,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도 수십년이 더 걸린다. 우리는 아직 온실가스의 “퇴출”에 합의를 이루지도 못했고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1.5도 상승까지는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

1497년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 가마 제독은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이 항해는 투자금의 60배가 넘는 배당을 받았고 이 발자취는 유럽에 대항해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원래는 폭풍의 곶이라 불렸던 그 곳처럼 우리가 나아가는 험난한 기후 항로에도 탄소 중립이라는 희망봉이 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임계점을 지나치기 전에 반드시 돌아야 하는 반환점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