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 보노보, 생각보다 공격적"

이채린 기자 2024. 4.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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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로 불리는 영장류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 에모리국립영장류연구센터, 하버드대 등 연구팀이 보노보와 침팬지 수컷 사이의 공격성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공격적인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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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아펠도른 동물원의 수컷 보노보. 위키미디어 제공

'평화주의자'로 불리는 영장류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침팬지만큼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보노보는 진화론에서 인류를 해석할 때 연구하는 주요 대상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에모리국립영장류연구센터, 하버드대 등 연구팀이 보노보와 침팬지 수컷 사이의 공격성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보노보는 공격성이 높은 침팬지 공동에 비해 평화로운체를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컷 중심의 위계질서를 갖는 침팬지 사회에서는 공격과 살상은 물론 전쟁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암컷 중심 서열의 보노보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낯선 이웃을 환대하고 어린 보노보를 함께 보살피는 모습이 빈번하게 관찰된다. 갈등 상황에 처하면 섹스를 하며 해결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보노보와 침팬지 사이의 공격성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콜로포리 보노보 보호구역에 있는 보노보 공동체의 수컷 12마리와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의 14마리 침팬지 수컷을 추적 관찰했다. 영장류들이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위해 둥지로 돌아올 때까지 개별 영장류를 추적해 모든 공격적인 사건을 기록했다.

보노보 수컷을 추적하는 데 2000시간, 침팬지를 추적하는 데 7300시간 이상을 들였다. 공격적 행동에는 때리기, 당기기, 물기, 발로 차기와 같은 접촉 공격성과 돌격, 추격과 같은 비접촉 공격성이 포함된다. 

그 결과 보노보 수컷이 침팬지 수컷보다 공격적인 상호작용을 총 2.8배 더 많이 하고 접촉 공격성 사례도 3배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노보의 분쟁은 대부분 일대일 갈등 상황이었다. 다만 침팬지 수컷은 수컷보다 암컷을 향해 공격적인 경향이 높았던 반면 보노보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연구를 이끈 모드 무지노 미국 보스턴대 연구원은 "침팬지 사회에서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연합 보복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공격적인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기도 했다. 이는 공동체가 일반적으로 함께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보이고 암컷이 수컷보다 서열이 높은 보노보 사회에서 예상되지 않았던 모습이다. 

이번 발견은 침팬지에 비해 보노보가 진화 과정에서 공격성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 감소했다는 '자기 길들이기 가설'에 도전하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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