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서 32조원 빌려 세수 부족 메꾼 정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
45조 대출받고 13조갚아

정부가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은행에서 32조원을 빌려 부족한 재정을 메웠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힌 상태에서 연초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 집행을 집중하며 한은의 일시 대출 제도를 활용해 자금을 구해온 것이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을 실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해 사용하고, 자금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대출금을 갚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는 1분기에 총 45조1000억원을 빌렸다가 12조6000억원만 갚는 데 그쳤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638억원이다. 지난해 한은이 일시 대출 급증으로 대출 규정을 강화했음에도 마이너스 통장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월 의결한 대정부 일시 대출금 한도·대출 조건에 따르면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잔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등 문구를 더해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리고, 해당 자금이 시중에 오래 풀릴 경우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