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소통의 미학

2024. 4.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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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많이들 묻는다.

일단 묻는다는 게 좋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를 모이게 하고 우리 안에 대화를 열어준다.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이해를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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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많이들 묻는다. 일단 묻는다는 게 좋다. 호기심이 있다는 말이다. 호기심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관심은 희망이다. 서로를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고, 그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그 희망의 시작이다. 예술이라는 행위는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을 소통하려 할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를 모이게 하고 우리 안에 대화를 열어준다.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이해를 넓힌다.

의료계가 난리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고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국민들이 볼 때 누가 옳다고 생각할까? 국민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관심도 없다. 그저 이로 인해 펼쳐진 현실이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 그 불편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다. 수많은 의사가 그렇게 어렵게 얻은 자리를 줄줄이 내려놓고 있다. 집단이기적 퍼포먼스라 치부하기엔 의사들이 잃을 게 너무 많다. 이런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들어나 봐달라는 것인데 대화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방적인 주장으로 정부의 방법만이 올바른 해결책이라 한다.

비슷한 사건이 또 있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국실험미술 운동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그런데 작가로서도 영예로울 만한 역사적 전시를 앞두고 작가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작가의 개인전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미술관이 임의적으로 작품을 선정해 작가의 의도와 다른 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운영되는 곳인 줄 알았다면 전시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을 거라 하면서 말이다. 또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기에 그만큼 남겨질 기록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도 도록에는 작품 이미지가 왜곡되었다며 수정을 요청했지만 미술관은 오랫동안 묵묵부답이다. 논란이 불거진 후 도록을 다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

과연 소개된 두 개의 사건뿐일까? 얼마 전 총선 결과는 여당으로서는 유례없는 참패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현 정부의 방향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옳고 그름까지 논할 필요도 없다. 어떤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나갔어야 한다는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다. 국민 입장에서는 내 의견을 대변해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사람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서 대화조차도 없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나?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는 게 당연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을 때도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타협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그래도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과 대화도 없이 고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무엇이 답인가가 문제가 아니다. 내 소리에 귀 기울였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나를 이해하려 했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하지만 소통 없는 다름은 틀림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박원재 (주)아티팩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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