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에 유가 100달러·환율 1400원 임박…경기회복기 고물가 비상

전민 기자 2024. 4.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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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불안 계속되면 물가 둔화 어려워…금리인하도 지연
"확전 시 스태그플레이션 지속…내수부진 장기화 가능성도"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습하는 모습이 보인다. 2024.04.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국의 긴장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고유가와 달러 강세에 따른 고물가로 최근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14일 긴급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 직접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주시리아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순항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은 총 200대로 전해진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날린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는 대부분 국경 밖에서 요격돼 민간의 피해는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전면 공격한 것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중동 전역에서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최근 우리경제는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살아나며 국제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고용률 역시 지난 2월 61.6%로 같은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동불안이 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 회복세를 다시 꺾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유가가 더 치솟으면 고물가 기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과 3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나란히 3.1%로 두달 연속 3%대를 웃돌았다. 고공행진을 벌이는 과일값과 유가 오름세의 영향 때문이다.

올해 초 70달러 초반대에서 머물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8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선물은 90달러를 돌파했다. 양국의 전면전으로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가 2년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 원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가 치솟을 경우 수입물가 역시 상승해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17개월만에 최고치 수준인 1370원대로 치솟은 달러·원 환율 역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물가가 꺾이지 않으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 역시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고금리는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내수 타격도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석유 수입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 특성상 유가가 오를 때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과거 1차 오일쇼크(1973년~1974년) 당시 15%대였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0% 아래로 떨어졌고, 2차 오일쇼크(1979~1980년)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1980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1, 2차 걸프전 당시에도 물가와 경기에 타격을 받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전쟁이 확산될 경우 유가가 더 많이 오를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당분간 물가가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6월쯤으로 전망됐던 금리인하 시기도 하반기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동전쟁이 확전될 경우 경기가 안좋은 상태에서 물가가 높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더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급한 불인 내수 부진 역시 장기화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중동 문제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관계부처는 일제히 비상점검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재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해 중동사태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재점검과 함께 필요 시 적기에 신속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남호 2차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비상대응 종합상황실과 유관기관과 함께하는 비상대응팀을 가동해 일일 상황을 점검하며 단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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