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프로젝트] 화장실에 오래 있는 아이 '방심은 금물'

최다인 기자·도움말=연희진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2024. 4.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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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 항문질환
소아청소년기 '치열', 유아기 '직장탈출증' 발병
직장탈출증 변비 주의, 식이요법·약품 복용해야

항문 질환은 성인뿐 아니라 신생아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아이들에게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그래서 성인 항문질환에만 익숙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항문 주변의 통증, 배변 시 통증이나 혈변 등의 증상들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면 크게 당황하게 된다. 소아 항문질환은 성인과 비슷하지만 그 치료에 있어서 분명히 다른 부분들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섬세한 진단이 필요한 소아의 항문질환에 대해 연희진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의 항문 질환이란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항문질환은 항문 주위 농양 및 치루, 치열 등이 있으며 유아기에는 직장탈출증이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질환들이 아이의 성장에 따라 식이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배변 습관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보다는 좌욕, 식습관 교정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며 아이의 성장에 따라 증상 호전을 기대해보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질환과 그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발병 종류

-항문 주위 농양 및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및 치루는 3개월에서 3세 사이에 주로 발병하고 특히 1세 미만의 남아에서 흔하다. 청소년기에 발생할 경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자꾸 재발하는 경우, 발생 양상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를 경우에는 크론병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고려해야 한다. 항문 주위 농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항문의 분비샘에서 발생한 염증이 진행되면서 농양을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항문 주변이 붓고 빨개지며 통증을 유발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 병변에서 농이 배액되기도 한다. 농양이 크고 잘 형성되어 있다면 절개 배농술을 시행할 수 있지만, 아직 농양이 잘 형성돼 있지 않고 염증만 있는 상태라면 좌욕을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절개 배농술을 시행한 이후에도 좌욕을 통해 염증을 완화하고 상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항문 농양 환아의 약 3분의 1 정도에서 농양이 피부를 뚫고 누공을 형성해 치루가 나타나게 된다. 성인의 치루는 보통 전후방에 생기는데 반해 소아의 치루는 주로 측방에 발생한다. 대개는 누공이 직선형이고 깊이가 얕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루가 발생하면 이로 인해 농양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1세 이상의 환아에서 치루가 형성돼 호전되지 않는다면 치루절개술을 시행한다.

청소년기에 복잡성 치루가 발생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일반적인 치루의 경과와 다른 경우에는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고려하여 혈액검사, 내시경 등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해주면 치루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치루절개술 보다는 세톤술이 선호된다.

-치열

치열은 대변을 볼 때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항문 점막이 찢어지면서 항문 출혈과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당황해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응급 질환은 아니므로 안심해도 된다. 주로 분유에서 이유식, 소아식 등으로 아이의 성장에 따라 식이가 전환되면서 배변 양상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변비가 발생하면서 항문 점막이 찢어지게 된다. 배변 활동 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아이가 화장실 가는 것을 꺼리고 결국 변비가 더욱 심해져서 치열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주로 항문의 뒤쪽 정중앙에서 발생하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며 수술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치열이 있는 환아에게는 좌욕을 권고하고, 대변을 묽게 해주는 종류의 변비약을 처방해 항문 점막이 찢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비특이적인 치열도 앞선 치루의 경우처럼 염증성 장 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에 주의가 필요하다.

-직장탈출증

직장탈출증은 노인 여성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3세 미만의 소아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항문 밖으로 직장이 뒤집어져 튀어나와서 직장 점막이 동심원의 과녁 모양을 보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굉장히 당황하며 응급실에 내원하는 모습을 심심치

연희진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않게 볼 수 있다. 소아에서의 직장탈출증은 골반의 근육, 직장 점막과 근육층의 부착이 아직 약해서 발생한다. 변을 보기 위해 변기에 오래 앉아 힘을 과하게 주는 경우 직장의 위치를 고정하는 구조들과 골반 근육이 늘어나면서 직장탈출을 유발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정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이 계속 탈출된 채로 있다면 손으로 밀어 넣어주면 된다. 항문 괄약근에 의해 탈출된 직장으로의 혈류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도수정복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쭈그려 앉는 자세를 피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 요법을 시행하며 변비약을 복용해 볼 수 있다. 수차례 재발하는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실제 수술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움말=연희진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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