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김재섭’ 국민의힘 수도권 대표론···영남·친윤계가 수용할까
4·10 총선 참패 후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에서 지난 2년에 대한 반성으로 수도권의 비윤석열계 당선인들에게 당권을 주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수층에만 어필하면 당선되는 영남 지도부로는 수도권에서 선택받는 당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밀려난 나경원·안철수 당선인과 30대인 김재섭·김용태 당선인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영남·강원의 친윤석열계 대다수가 생환했는데, 지역구 90명 중 19명에 불과한 수도권 당선인들에게 당권을 내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민의힘이 총선에 대패한 후 당내에선 당이 민심을 대통령실에 전달하지 못하고, 대통령실의 명령을 하달받는 듯한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반성이 나왔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내고, 전당대회에서 ‘당원 100%’로 룰을 바꾼 일, 윤심 후보인 김기현 전 대표를 뽑기 위해 나경원·안철수 당선인에 공격을 가한 일이 거론됐다. 공천만 되면 당선되는 영남·강원의 친윤계가 당 지도부가 되다 보니,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을 잡지 못하고, 수도권 122석 중 19석만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 들어설 지도부는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비윤계 당선인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에도 측근인 이정현 전 대표로 직할체제를 고집하다 민심이 더 이반해 탄핵으로 이어진 전례를 드는 이들도 있다.
나경원·안철수 당선인은 국민 인지도가 높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비토로 불출마·낙선한 것으로 인식돼 있어 당정관계의 변화를 상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다.
당사자들은 신중하게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다. 나 당선인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당에 대한 민심에 깊이 고민한다. 민심과 더 가까워지겠다. 저부터 바꾸겠다”며 “선거는 끝났지만 나경원의 진심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밝혔다. 안 당선인은 지난 12일 MBC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참여할지 묻는 말에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 강북권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30대 김재섭 당선인에게 당권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 초대 당권을 쥐고 당을 쇄신했던 30대 이준석 전 대표 역할을 김 당선인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 당선인에게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겨보고 나서 괜찮으면 전당대회에도 나서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준석 전 대표 때 청년최고위원이었던 김용태 당선인에게 기대를 거는 시선도 있다.
다만 김재섭 당선인은 지난 12일 CBS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묻는 말에 “아니다”라며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용태 당선인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대표는 경험 많은 분이 오셔야 한다. 고도의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당에서 (대표 외에) 어떤 역할이 있으면 당연히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권 경쟁 국면이 되면 지금 조용한 영남·강원 지역의 친윤계 의원들이 당권을 잡으려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당내 강성 보수층에서는 이번 패배를 두고 어설프게 좌클릭을 해서 집토끼를 놓쳤다고 분석한다”며 “보수를 챙기겠다며 당권을 다시 쥐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위원장이 휴식 후 당권 도전에 나설지도 변수도 거론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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