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밸류업의 정석 下

2024. 4. 14. 17: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야당 대표가 말하는 '일하지 않아도 나누는 사회'? 자본주의적 정의가 바로 서고 효율성이 극대화된 전 국민 주주국가에서나 가능하다.

밸류업 성패의 핵심? 진짜 의사결정자인 오너 일가의 경제적 유인을 일반 주주와 동일하게 주가 상승, 주주환원 증가에 연동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주요한 이사회 승인 사항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전환해 일반 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대타협으로만 가능
상속하려는 본능 인정하되
이사회·주주권한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손실 책임져야

야당 대표가 말하는 '일하지 않아도 나누는 사회'? 자본주의적 정의가 바로 서고 효율성이 극대화된 전 국민 주주국가에서나 가능하다. 자본주의적 정의? 거버넌스 원리다. 첫째, 의사결정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둘째, 모든 자본제공자(위험감수자)는 평등하다. 현실은 어떠한가?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자들이 지도자다. 대한민국의 어떤 자본제공자들은 다른 자본제공자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자본주의의 효율성? 생산성, 시장가치, 국부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의 '자본' '노동' '공공'은 어떠한가? 공공? 방향을 상실한 국회. 관치와 눈치 사이 일하는 척 열심인 행정부. 노동? 경쟁 없는 지대 추구를 위해 죽도록 (입시·입사·자격증·면허) 경쟁 중. '밸류업'은 자본이라도 변화시키자는 몸부림이다. 상장회사는 사회를 위해 가치를 창조한다. 그러나 주인은 주주다. 그들도 채권자처럼 암묵적 요구수익률이 있다. 비극은? 이자는 지급해도 배당은 안 줘도 된다. 즉 위험자본이 공짜라는 기업들의 생각이다. 밸류업의 시작은 자본비용을 이해하고, 평가의 핵심인 주가를 성찰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투자자들과 논의하는 것이다. 거래소가 마중물이다.

서구와 달리 지배주주(오너)가 존재하는 많은 한국 기업에 주가 상승은 상속의 방해 요소일 뿐이다. 종합소득 합산과세로 배당도 기피한다. 밸류업 성패의 핵심? 진짜 의사결정자인 오너 일가의 경제적 유인을 일반 주주와 동일하게 주가 상승, 주주환원 증가에 연동하는 것이다. 상속세 인하와 배당 분리과세가 필요조건인 이유다.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앞선 세제 개편과 맞바꿀 거버넌스의 복원이다. 정치적 대타협이 요구된다. 첫째는 사업 기회 유용, 사익 편취, 과도한 보수를 제어할 이사회·주주의 권한 강화다. 핵심은 이사의 주주 책임 강화(상법 제382조의3 개정) 및 이사회 독립성을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주요한 이사회 승인 사항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전환해 일반 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강화된 주주 권한을 행사할 기관투자자들의 관여다. 거버넌스 개혁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적 스튜어드십코드 및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야 한다. 동시에 주주행동주의펀드를 국민연금 위탁 대상 대체자산군에 대거 편입해야 한다. 다만 무조건 주주환원만 외치는 대결적 방식이 아니라 주주가치와 지속가능성장을 중심으로 대화하도록 지도하자.

셋째는 투자자 보호다. 물적분할로 모회사 주가가 폭락해도 우리 주주들은 손실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 영미법적 요소를 도입해 대표소송 요건을 완화하고, 디스커버리 제도로 증거 확보가 용이하도록 하자. 민사를 통한 투자자 보호가 없으니, 일만 터지면 회사 경영진의 형사적 인신 구속이 국민 관심사다. 비정상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제도와의 정합성이다. 상장 지주사의 자회사 분할 상장. 매입한 자사주의 미소각 장부 등재. 지분의 일부만 취득하는 인수·합병(M&A). MSCI 지수 편입을 외치며 공매도를 금지. 강제적으로 배당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의 도입 시도. 정상화가 필요하다.

밸류업은 대타협·대협력으로만 가능한 난제다. 핏줄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본능을 인정하자. 단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거나,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고 회장 놀이만 하겠다는 사람은 끌어내릴 수 있도록 하자. 피 같은 투자자들의 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가 관리해야 한다. 경영권은 보호할 것이 아니라 능력자에게 맡길 경쟁의 대상이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자본이 바로 서야 노동과 공공의 효율성도 이야기할 수 있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