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소비자 관점에서 본 차이나 커머스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4.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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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테무·쉬인(알테쉬)' 등 차이나 커머스가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한국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 중소 생산 업체, 수입 업체는 차이나 커머스의 공습에 정부가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초국경 소비 시대 차이나 커머스의 등장으로 정부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차이나 커머스의 국내 시장 확장이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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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테무·쉬인(알테쉬)' 등 차이나 커머스가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한국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 중소 생산 업체, 수입 업체는 차이나 커머스의 공습에 정부가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관점에선 어떤가.

로버트 보크 예일대 교수는 1978년 저서 '반독점 역설(The Antitrust Paradox)'에서 소비자 후생(welfare)이 증대되면 정부 규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 반독점 정책의 핵심 기조가 된다.

이에 반론을 편 것이 현재 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인 리나 칸이다. 그는 예일대 법대 학생이던 2017년 예일 법률 저널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아마존은 약탈적 가격(초저가)으로 경쟁자를 없앤 뒤 록인(Lock-in) 효과를 이용해 충성 고객을 만든다.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는 전략이다. 시장 장악 때까지 투자자에게서 보상받는 구조다. 칸은 '이윤'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도 쿠팡이 아마존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할 때 차이나 커머스가 수면으로 부상했다. 중국 쇼핑 앱은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 만족'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위협적이다. 차이나 커머스는 덩치도 어마어마하다. 알리 모기업의 시가총액은 롯데쇼핑이나 이마트의 100배 규모다. 초국경 소비 시대 차이나 커머스의 등장으로 정부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소비자 안전과 보호, 개인정보 유출 등 고려 사항이 많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 보조를 맞춰야 하고 중국 노동자의 인권도 따져봐야 한다.

차이나 커머스의 국내 시장 확장이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의 성장과 함께 한국이 물류허브가 될 수 있다. 특히 차이나 커머스를 통해 국내 판매자의 해외 진출(역직구)도 가능하다. 국내 소비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휴대폰 케이스 판매로 대박을 터뜨린 슈피겐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차이나 커머스를 통해 제2, 제3의 슈피겐 신화를 노려볼 만하다.

다시 소비자 관점으로 돌아가보자. 중국산 제품의 직구 소비가 늘면서 정식 수입 업체는 역차별받고 국내 중소 생산 업체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직원은 소비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된다. 보크 교수가 주장한 소비자 후생을 단순히 상품 '가격'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규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테무는 한국뿐 아니라 48개국에서 유통 플랫폼으로 영업하고 있다. 우리 정부만 규제로 차이나 커머스를 막는 건 실효성이 크지 않다. 수세적으로 대처해선 안된다. 과감하게 규제도 풀고, 국내 유통 산업 경쟁력을 키워 해외로 나가는 수출 플랫폼을 지원해야 한다. 테무처럼 자국 제조업이 유통 플랫폼을 타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전향적으로 고민해볼 때다.

정부가 국내 소비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소비자가 돈을 쓸 수 있게 경기를 되살리는 일이다. 그게 진정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길이다.

[김기정(컨슈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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