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미 금리인하 지연에 치솟는 환율…달러당 1400원선 위협
중동발 확전 위기 고조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7개월만에 1375원을 돌파하며 1400원선을 넘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선을 넘긴 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기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에 육박한데다 고환율이 더해지면서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며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환율 17개월 만에 최고치···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달러 강세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초 1293원이었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까지 82.4원(6.4%)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375원을 넘긴 것은 2022년 11월10일(1377.5원)이후 17개월 만이다.
환율 급등세는 국내보다는 대외 여건의 영향이 크다.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환율이 안정화 될 만한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로 경상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이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만 171억달러(약 2조351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의 물가 지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데다,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원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엔화, 위안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절하에 영향을 줬다.
고유가·고환율에 빨간불 켜진 물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 위기가 오는 상황은 아니고, 해외 투자와 자산이 굉장히 늘어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결합해 교통비, 공공요금 등 생활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기록해 5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지정학적 이슈, 미국 물가 우려 등을 반영하며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강력한 저항구간이었던 달러당 1360~70원 이후에는 딱히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국제 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시 당국의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4141505001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4121605001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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