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하 물건너 가나…유령 같은 `고금리 악몽` ?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또 다시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특히 최근 제5차 중동 전쟁 발발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치솟는 환율에 국내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기존보다 미뤄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우리 경제 주체들의 고통도 더 길고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들썩이는 유가·환율에 고물가 '비상
앞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브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0.64달러(0.75%) 상승한 배럴당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6월물 브렌트유 종가는 전날보다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뛰기도 햇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나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물가 안정에 부정적이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3원 오른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환율은 한동안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까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 우려를 반영해 달러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딱히 저항구간이 없다는 점에서 달러가 추가로 강세 시 1400원대까지 상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멀어지는 한은 금리 인하…시장선 '10월 인하론'도 나와
고유가와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는 가운데 유가와 환율까지 동시에 물가를 자극한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유가가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켤까 말까 자료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또 미국의 더딘 물가 둔화와 견고한 경기 탓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기존 전망보다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한은의 올해 첫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7월에서 8월로, 늦게는 10월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한은이 7월부터 10월, 11월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인하로 수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물가 지표 결과에 따른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 변화까지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도 기존 6월에서 9월로 수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7월에서 8월로 미뤘다. 금리 인하 폭은 75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줄였다.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인하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 중'이라는 발언에 대해 "적어도 5월 수정경제전망까지 추가 정보를 입수하고 6월까지도 1~2개월 정도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강조한 부분은 5월 인하 깜빡이를 켜는 것도 이를 수 있다는 신호 정도로 해석된다"며 "6월까지 정보를 확인한 이후 7월 정도엔 통화정책 방향에 좀 더 선명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끈적끈적한 고금리라는 '유령'
피벗 지연은 우리 경제의 '발등의 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PF사업장의 우발 채무가 새로 발생하고 '질서와 연착륙'을 내세운 당국의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올들어 시중금리가 내리며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도 다소 줄어드는 듯 했지만,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관련 지표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시중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다시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년만에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1098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업 대출도 문제다.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1272조8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0조4000억원이 늘었다.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대기업대출은 4조1000억원, 중소기업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 증가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대신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가며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결국 고금리 장기화는 대출은 받은 기업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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