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일 가는 엄마보며 자란 섬아기 ‘일냈다’…완도 촌놈의 성공 스토리 [푸디人]
인생을 살다보면 항상 위기가 찾아오고 하고 싶은 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럴때마다 인생의 귀인이 나타나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여기 배우의 꿈을 안고 20대 초반 무작정 상경한 완도 촌놈이 있습니다. 바늘 구멍보다 작다는 연예계 입성은 간신히 했지만 톱스타의 맛을 보지는 못했죠. 생계를 위해 용감하게 뛰어든 요식업에서도 위기의 나날은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피가 마르는 시간이 흐르던 순간, 한 모임에서 그야말로 귀인을 만났네요. 덕분에 지금은 강남에서 전복과 삼계탕을 판매하는 ‘진전복삼계탕’ 직영점 6개와 ‘바다를 손질해 배송해드린다’는 컨셉으로 냉동전복을 온라인 판매하는 ‘완도보이’를 운영하는 외식업 CEO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버텨낸 그의 집념을 칭찬하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전복이라는 원물 경쟁력과 삼계탕 맛에 감탄한 롯데백화점의 F&B팀이 ‘러브콜‘을 보내 지난해 12월 재단장한 롯데백화점 인천점 B1F 푸드 에비뉴에 오는 16일 유통사 최초로 매장을 연다고 합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삼계탕 전문점으로 거듭날 예정으로 삼계탕 뿐만 아니라 앞으로 롯데백화점과 전복을 활용한 상품 개발을 준비중이라고 하네요.
인기 드라마 ‘우아한 제국’에서는 조연을 맡았지만 그보다 더 극적인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가 바로 유장영 더풀문 대표입니다. ‘우아한 제국’에서는 주인공 장기윤의 ‘자칭’ 오른팔인 조문창 본부장 역으로 활약한 거 아시죠!
어머님의 전복과 귀인의 삼계탕, 이 두 가지를 환상적으로 조합해 ‘진전복삼계탕’을 일군 유 대표의 드라마 한번 보실래요?
하지만 그는 혈연·학연·지연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부모님 뜻을 거역하고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약 16년전 인 거 같네요. 연도로 따지면 2008년쯤이었나.”
유 대표는 돌이켜보면서 그 당시를 “허파에 바람든 시기”라고 했습니다.
연극판에 뛰어들었지만 땡전 한 푼 없는 그는 누나 고시원에 얹혀살았습니다. 그래도 곧 스타가 될 것이란 기대에 하루하루를 보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3~4년 연극을 했지만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육회를 좋아하던 그가 자주 다니던 육회집 이모님을 통해 육회집 프랜차이즈를 소개받았습니다. 연기만 해서는 입에 풀칠하기 어려워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강남구청역 인근 지하에 10평 남짓한 육회 집을 차리고 돈을 좀 만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연기만 할 때보다 더욱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육회 집을 하면서 밤에는 장사하고 단역이라도 들어오면 나가서 연기 하는 일이 반복됐죠.
“술도 못 마시는데 육회 집 운영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장사를 5년 정도 하다가 지쳐있을 때쯤 집에서도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압박이 있었고 마침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죠”
그러면서 조금씩 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장사할 거면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네요.
문제는 가장 중요한 삼계탕을 그가 만들 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몸은 이미 삼계탕 가게를 만들기 시작했죠. 삼계탕이 시즌 메뉴로서 계절별 매출 격차가 심하지만 전복을 이용한 점심 메뉴를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들었다네요.
평소 부동산에서 수다 떠는 게 취미인 그는 강남구청역 인근 지금의 본점 매장이 있는 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30평 남짓이었는데 당시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6000만원이었죠. 통장에 400만원밖에 없던 그에게는 언감생심이었죠.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했을까요.
매물에 눈독을 들인지 2주만에 임차인이 장사가 안돼 두손 두발 들었던 것입니다. 에어컨 설치 비용 300만원만 받고 매장을 넘기겠다고 하자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은 생각도 하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했습니다.
“계약하고 난 뒤부터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잔금 지급을 최대한 늦춰 간신히 마련했습니다. 그 자리가 좋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자신은 있었죠”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내가 도와줘 잔금을 치렀고 인테리어 공사는 육회 집 인테리어를 해준 후배에게 부탁했습니다.
삼계탕 가게 오픈 작업은 계속 진행됐지만 정작 삼계탕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었죠. 전국 유명 삼계탕집을 돌아다녔지만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선한 전복을 가성비 있게 제공할 수 있는데 삼계탕은 여전히 미궁 숙이었죠.
그러던 중 유 대표는 2019년 신한은행이 자영업자 고객의 사업 운영 역량 강화 및 창업 지원을 위한 ‘신한 SOHO 사관학교’ 수료식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8기 졸업생인 그가 후배인 10기들의 수료를 축하해주기 위해서였죠.
거기서 본인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줄 귀인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날 수료하는 10기 후배님과 얘기하는데 마침 충무로에서 필동삼계탕을 운영하는 대표님이셨어요. 사정을 얘기하고 바로 그다음 날 필동삼계탕을 찾아가 전복을 싸게 드리겠다고 하면서 식당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습니다”
넉살 좋은 그가 부엌서 설거지하고 청소하자 필동삼계탕 사장님도 그에게 재료 선별부터 삼계탕 육수 끓이는 법까지 비법을 흔쾌히 전수해줬습니다. 무턱대고 매장으로 들이대는 그를 필동삼계탕 사장님이 매몰차게 쫓아낼 수도 있었을 법한데 전생에 무슨 특별한 관계였는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되어버린 거죠.
사실 필동삼계탕은 제 회사와 무척 가까운데다 맛있어 삼계탕 생각나면 찾는 집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없어져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소식을 듣게 되네요. 이것도 인연인가 봅니다.
그렇게 몇 달간 배운 그는 2019년 9월 ‘진전복삼계탕’ 본점을 열었습니다. 완도에서 나오는 전복을 가지고 좋은 삼계탕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참 진(眞)을 앞에 쓴 ‘진전복삼계탕’이었습니다.
“전복 잡내를 잡으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요리법과 신선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복을 제공한 게 성공의 포인트였던 거 같습니다”
그는 1호점을 낸 지 불과 몇개월도 안 되어 과감하게 2020년 초반 2호점을 강행합니다. 남들은 경기가 안 좋다고 문을 닫는 경우도 다반사였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었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인 듯 했습니다. 학동역 인근 약 100평 규모 한정식집이 급매로 나왔는데 애초 권리금이 5000만원이었지만 1200만원까지 떨어졌죠. 그는 아내와 상의도 안 하고 바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금의 논현직영점 자리죠.
“직원 6명 채용하고 배짱 하나로 자신 있게 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길거리에 사람들이 없었어요. 3개월 동안 손님이 1~2팀밖에 없어 힘든 시기였죠”
그러나 ‘될 놈 될(될 놈은 된다)’이라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음식 제공이 불가능했던 인근 예식장에서 진전복삼계탕에 SOS를 쳤습니다. 식사 테이블간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인테리어를 해둔 데다 메뉴도 고급스러운 덕분에 예식장 하객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하네요.
“T&T에서는 그동안 중국과 호주산 전복이 판매됐는데 완도 전복이 처음으로 판로를 뚫게 된 것이죠.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는 중국과 크기가 큰 호주산보다 완도 참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어 쫄깃하고 식감이 단단해 경쟁력이 있습니다”
‘완도보이’에서 손질된 전복을 납품한 첫 물량은 5000만원으로 많지 않지만 앞으로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네요. 또한 기존에 수출했었던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도 판로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제가 즐겨 갔지만 지금은 서울 중구 필동서 사라진 필동삼계탕 사장님 부부는 유 대표의 권유로 진전복삼계탕에서 고문 역할로 일하고 계신다네요. 사장님 부부가 자신의 정신적 멘토로 앞으로도 꼭 함께 가야할 분들이라는 그의 진심이 전해집니다.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진심이 담긴 음식을 판매하시는 분들이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착한 분들도 많이 계실테죠. 이런 분들이 꼭 성공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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