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자 화가가 화폭으로 옮긴 '수원화성의 사계'
자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이 유화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이강자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 ‘수원화성의 사계’가 16일부터 21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린다. 2016년 ‘수원화성 안 골목풍경’ 전을 선보인 이후 8년만의 개인전이자 작가의 팔순을 맞아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수원미술협회, 수원사생회 고문인 이강자는 40여년 동안 유화를 그려온 수원의 대표 원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삶을 일궈온 수원화성의 풍경과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 35점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그려낸 수원화성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하나의 풍경이다. 우뚝 서 있어도 왠지 모를 인자함이 넘실대고 단풍나무와 숲과 함께 한 모습에선 자연과 어우러진 배려심이 느껴진다.
버스와 자동차, 오토바이, 사람들이 오고가는 장안문은 평온함을, 주택가를 내려다보는 봉돈은 마을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어르신 같기도 하다. 아이와 연인이 함께 등장하는 서장대와 서노대, 눈이 흠뻑 쌓인 남포루까지. 작가가 바라본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이 따듯하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옮겨졌다.
이 작가에게 수원화성은 삶의 일부였다.
작가는 1943년 서울서 태어나 그 이듬해인 해방되기 1년 전부터 수원에 정착했다. 정조가 화성을 짓던 때부터 있었을 법한 팔달문과 종로 사거리 사이에 위치한 초가집이 빨간벽돌로 지어질 때 까지, 어릴적부터 청소년기까지 늘 수원화성 가까이에서 살았다.
그 후 화서문을 드나들며 중·고교를 다녔고, 종종 창룡문을 지나 서원마을까지 걸어서 다니기도 했다.
수원화성은 그가 함께 일궈나간 공간이기도 했다.
헐벗은 팔달산엔 소나무 묘목을 심었고, 송충이를 잡으며 팔달산을 가꿨다. 수원화성의 깨진 기와 한 장까지 사랑하고, 성터 옆 노송 한 그루 베였을 땐 눈물을 흘렸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나와 졸업 후 교단에 섰으나 화가의 꿈을 늘 쥐고 살았던 그는 마흔 즈음부턴 늘 붓과 캔버스, 작은 접이 의자를 자연에 놓고 그가 사랑하는 대상을 화폭에 담았다.
교단에서 퇴직한 이후엔 그가 사랑한 수원화성을 본격적으로 그렸다. 간단한 점심과 물 한 병으로 종일 버티며, 4~5시간씩 한 곳을 응시하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 작가 스스로 화성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화성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기에 그가 담아낸 수원화성은 유난히 따스하고 편안한 안식처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수원화성의 건물 19개 유형의 60개 시설물 중 복원이 안 된 10개를 뺀 50개의 시설물을 모두 그림으로 넣었다. 그동안 수원화성을 그린 작가들 상당수가 경치가 좋은 장소를 택해 일부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면, 수원화성을 온전하고 종합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 작가가 처음이다.
특히 작품의 설명에 한글이라도 풀이가 다른 내용들은 함께 명시해 교육적으로도 도움 되도록 했다.
이 작가는 “수원화성을 보며 느꼈던 마음이 그림으로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화성은 세계유산이자 많은 관광객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장소인데, 사진으로는 많이 접하지만 그림으로 표현한 다양한 모습, 종합적인 수원화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다양한 수원화성의 모습을 감상하고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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