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의류 비중 40%까지 높이겠다
국내기업 유일 아이스폴 닥터팀 후원
친환경 생산에 100억원 투자 계획
헌 옷 수거해 건축자재로 재활용도
청계산 등 20개 베이스캠프 개설해
등산하며 소통하고 즐기는 공간 제공
◆ 비즈니스 리더 ◆
"환경을 위한 투자는 창업자가 얼마나 그에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니 2·3세나 전문경영인이 하기 어렵죠. 그러니 창업자들이 더 나서야 합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사진)은 '환경 보호'에 진심인 국가 대표 기업인이다. 그는 "소비자는 좋은 일 하는 회사를 좋아한다. 결과적으로는 기업 밸류가 높아진다"며 기업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과 지구 환경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 방향을 수정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매일경제는 서울 양재 사옥에서 강 회장을 만났다. 강 회장은 "환경 오염에 따른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하다"며 "제주도 해수면이 1년에 3㎝씩 올라오고 있다. 옛날에 잡히던 물고기들이 다 사라졌다"고 운을 뗐다. 제주도는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자신을 경영인이기 이전에 산악인이라고 칭하는 강 회장은 오랫동안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기업 차원에서 이를 위한 활동에 앞장서왔다. 지난달 블랙야크가 한국 기업 최초로 '아이스폴 닥터'팀 공식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스폴 닥터'는 크레바스, 눈사태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생기는 등반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팀이다. 아이스폴 구간에 안전을 위해 사다리, 밧줄 등을 설치한다. 지구 온난화로 눈사태와 홍수가 잦아지며 히말라야 주변 생태계가 위협을 받자, 히말라얀 오리지널에 본질을 두고 성장한 블랙야크가 안전한 등반과 지속가능한 자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직접 네팔에 다녀온 강 회장은 "남극과 북극,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바다 수위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며 "육지 면적이 줄어들면 인간이 살 곳도 줄어들 뿐더러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옷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 환경 보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모순일 수 있다. 섬유·패션 분야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 또한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모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니까 재활용(리사이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소비와 재화 오남용을 줄이되 재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블랙야크는 꾸준히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플러스틱' 제품을 전체 생산량의 20%씩 선보이고 있다. 플러스틱은 영어 플러스(Plus)와 플라스틱(Plastic)을 합친 말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지구에 플러스가 된다는 뜻이다. 강 회장은 플러스틱 상품을 블랙야크 전체 제품군의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옷을 건축 자재나 인테리어 용품 등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강 회장은 "우선 소비자들이 입지 않는 블랙야크 제품부터 무상 수거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게 잘되면 브랜드에 상관없이 수거해 재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해당 상품을 정식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강 회장은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수익이 나는 시점이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100억원 정도는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블랙야크는 산과 산악인을 위해 국내 주요 명산에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있다. 이달 초에는 복합문화공간인 '블랙야크 베이스캠프 지리산점'을 열었다.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 해발 1100m 성삼재 휴게소에 설치된 블랙야크 베이스캠프 지리산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베이스캠프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의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센터', 제주도 한라산의 '야크마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성의 '블랙야크 베이스캠프 북한산점'에 이어 네 번째다.
강 회장은 "산장이 사라지면서 산악인들이 모여 대화하고 쉴 곳이 없어졌다"면서 "과거 산장이 조난자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우리가 만드는 베이스캠프는 소통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가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데에는 세 가지 취지가 있다. 강 회장은 "첫째는 산악 문화를 바꾸려는 거다. 오르는 것이 목적인 산행은 끝났다. 이제는 즐기는 산행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산을 오르고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자연을 즐기는 형태로 산악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둘째는 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산과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셋째로 교육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며 "베이스캠프에서 전문가들을 통해 주변 문화유산이나 생태계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곧 청계산에 다섯 번째 베이스캠프를 열 계획이다. 강 회장은 "올해 5개 베이스캠프를 안정화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앞으로도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산을 위주로 단계적으로 베이스캠프를 설치해 총 20개 정도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블랙야크는 산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폐페트병을 수거해 베이스캠프에 전달하는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려 한다. 또 수거된 폐페트병이 재활용되도록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우리나라는 면적의 63%가 산인 산악 국가이지 않나. 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1949년 제주도 출생 △1968년 제주 오현고 졸업 △1973년 동진 설립 △1978년 거봉산악회 창립 △1995년 블랙야크 론칭 △2007년 제주국제대 경영학 학사 △2009년 동국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 △2013년 제주대 경영학 명예박사 △2019년~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회장 △2020~2023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2023년~ 서울시체육회 회장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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