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강화 ‘본격화’···김정은 방중과 북러·중러 회담 성사되나
김정은, 시진핑 만수무강 ‘건배사’
북한과 중국의 관계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공식 서열 3위와 만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써내려 갈 것”이라며 ‘실질적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러, 북·러 정상 간 만남은 이미 예고된 터라 북·중·러 3국 사이의 연쇄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을 접견하고 양국 교류 협력 확대 및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의 평양 방문에 대해 “두 나라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발전시켜나가는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 양국 간 “굳건한 친선의 전통을 줄기차게 계승 발전시켜 ‘조중(북·중) 친선의 해’의 책임적인 진전과 성과적인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오 위원장은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한을 찾은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최근 북·러가 빠르게 밀착하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북·중이 양국 관계를 다시 조여 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방북한 자오 위원장은 첫날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인적·문화적 교류 추진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과 오찬에서 시 주석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오찬 후에는 직접 배웅하는 등 양국 관계 과시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수교 75주년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양국은 올해를 ‘북·중 친선(우호)의 해’로 정했다. ‘우호의 해’는 2009년 수교 60주년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방문도 표면적으로는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 참석이 목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7월 북한 열병식에 보낸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과 지난해 9월 북한정권수립 행사에 보낸 국무원 부총리보다 급이 높은 인사를 이번에 파견한 것은 양국 교류 강화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북한 공식매체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일정에 대해 “향후 김 위원장의 방중 길닦기용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 함께 중·러, 북·러 정상회담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중국과 북한을 각각 방문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9일 러시아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5월 방중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이른 시일 내 방북”을 약속한 푸틴이 중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예상에 대해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북·중·러 간의 릴레이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은 북·중·러 3각 구도 틀로 얽히는 것은 꺼리지만 북·중, 중·러 양자 관계에는 힘을 주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분명해질수록 한국 외교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일변도 외교 속에서 중국과는 대만 문제로,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관계가 냉각됐다. 게다가 정재호 주중한국대사의 갑질 논란 의혹과 러시아에서 간첩 협의로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중·러와의 관계 개선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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