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로 치솟나…이란 보복 공격에 강달러 이어질 듯

임상범 기자 2024. 4. 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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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원/달러, 코스닥 현황판

정부와 한국은행이 중동 위험 고조에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려되자 외환당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7개월 만에 1,370원대를 넘어서는 등 1,40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더 계속될 수 있습니다.

오늘(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주간 상승 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습니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지금까지 계속 너무 앞서갔다"며 "미국 금리 인하 시점 기대가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소비 등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연준의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입니다.

JP모건은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 모습을 나타낸 데 주목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는 한 번 더 강세 압력을 받았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지시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 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작년 말부터 줬기 때문에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ECB와 스위스 중앙은행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간 1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선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외환시장 충격이 우려되자 기획재정부는 오늘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달 배당금 송금 관련 수급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입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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