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개악" vs "MZ세대 안정감 줘야"(종합)
소득보장파 "2070년 인구구조 안정…기금 재정도 여유"
"재정계산 보수적…고령화 대응하면 비관적 미래 아냐"
"고령화 대비 공공병원 강화하는 의료개혁도 진행해야"
재정안정파 "보험료율 15% 및 수급연령 68세로 올려야"
"자영업자·불안정 노동자 연금사각지대 편입 위해 지원"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두 번째 숙의 토론회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재정 안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미래세대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소득 대체율을 40%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소득 보장 강화에 힘을 싣는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고령화에 대비하면 재정 적자 시기를 늦출 수 있고 미래 세대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맞섰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14일 연금 개혁을 위한 500인 시민대표단 두 번째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소득대체율·연금보험료율 등 모수개혁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2안'을 두고 토론했다.
먼저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청년 세대일수록 크게 나타난다"며 "지금 60대는 (국민연금을) 19년 가입하고 69만원을 받지만, 2050~2060년에 연금을 받는 20대와 30대는 (60대보다) 5~6년 더 가입해도 받는 연금액은 61만원, 66만원 정도로 더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대가 노인이 될 때 연금으로 66만원 받는 노인보다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연금 100만원을 받는 노인이 되는 게 미래세대의 부양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찬섭 교수는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을 4.5%로 가정했는데 이를 1988~2023년 기금 평균 수익률 5.92%로 가정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70년도로 넘어간다"며 "인구 고령화도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죽는 2070년에는 인구구조가 안정화되면서 기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여성과 노인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재정 계산에는 그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자동화나 로봇화로 생산성이 올라오고 노인들도 일할 수 있는데 그런 게 반영이 안 되고 비관적으로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연금은 근로소득에만 부과하고 있다. 미래에는 근로 연령 인구가 줄어들고 근로소득이 줄어들 텐데 여기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니 보험료율이 올라가는 거다"면서 "국민연금 재원을 자본 소득까지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분산되고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되고 재정적자가 심각해 미래세대 보험료율이 30%로 이상 될 거라는 재정계산은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령화가 진행되면 고령층의 일하는 비율도 올라간다"며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면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되지도 않을 것 같고 그 이후에도 적자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정계산 자체가 보수적으로 돼 있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는데 국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돼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많이 올려야만 기금이 유지될 수 있게 돼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실제 고령화에 정부가 적극 대응하면 재정계산처럼 비관적 미래는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재정 안정에 무게 추를 둔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은 40% 유지안에 비해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개악"이라며 "울트라 초고령사회로 가는 한국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둔 개혁 방안과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은 적립 기금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연금 적립 기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보험료율은 인상하면 기금 규모와 수익 규모가 더 커져서 (향후) 보험료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20세 청년이 92세까지 생존할 때까지 적립 기금이 유지되려면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 기금 수익률을 5.5%로 올려야 한다"이라며 "보험료율 15%로 단계적 인상이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방안이지만, 지금 경제가 어렵고 가계와 기업 모두 보험료를 올리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12%로 올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수익률을 5.92%로 보면 기금 고갈 연도는 2076년까지 (정부 재정계산보다) 21년 연장된다"며 "보험료율 15%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도 68세로 조정하면 2091년에도 기금 유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연금을 개혁한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의 오건호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재정이 불안정한 나라가 없다"며 "(소득 보장 강화파는)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보험료율도 올리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소득 하위 계층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서, 중상위 계층은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서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소득보장률을 50%로 인상하면 더 힘들어지는 만큼 보장성 강화를 위해 3총사(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를 활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후에는 시민대표단이 전문가에게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연금 가입자와 기금 확대를 위한 대응책을 묻는 시민 대표단의 질문에 대해 정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고통받는 미래를 남겨 줄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연금 기금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사람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 개혁에 영향을 받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좀 더 나은 연금을 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소득 보장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석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금 가입자 확대 방안으로 "자영업자, 불안정 노동자 등 연금 사각지대를 편입하기 위해 저소득층 보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국민연금은 모든 사람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1인 1연금 형태가 돼야 한다"며 "배우자도 국민연금에 전체 가입해서 모든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 훨씬 더 보장성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 인상 시점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남 교수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아무리 미뤄지더라도 2033년까지는 보험료율이 13%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재정 안정을 주장하는 석 교수는 "10년에 거쳐 3% 올리는 거니 매년 0.3%씩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소득대체율 40% 유지와 50% 인상의 기금 고갈 시점이 1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에 대한 궁금증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우리나라 연금은 받는 것의 절반만 내기 때문에 수지 불균형이 깨져 있다. 100을 내고 200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사각지대가 편입돼 가입자가 증가하면 전반전에는 기금 재정이 좋아지는데 후반전으로 갈수록 재정이 악화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 반적으로 (1안과 2안) 전력은 비슷하다. 하지만 현행대로 가면 한해 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7.1%까지 낸다"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GDP의 8.3%까지 올라간다"고 추산했다.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올리는 것을 두고는 "보험료율을 올리면 고용주 부담이 클 수 있다"면서도 "이번에 2개 안을 만들 때 기업에서 나오신 분들이 12%(인상)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동의해서 책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령화 대응이 국민연금 강화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 의료비 지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가가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며 "향후에는 지금보다 적정한 비용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공공병원을 강화하는 의료 개혁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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