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고조에 유가상승·공급망 불안···산업부 긴급상황실 설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정부도 에너지·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정유 등 국내 산업계도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에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면 수출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차관을 팀장으로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일일 상황 점검을 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쯤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에너지, 공급망, 수출 등과 관련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석유·가스의 경우 현재까지 국내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며 “중동 인근에서 항해나 선적 중인 유조선 및 LNG 운반선도 정상적으로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의 경우도 현재 우리 물품의 선적 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향후 중동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제 원유 가격과 물류, 공급망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생산 단가가 높아지면서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무역협회는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기업의 생산비용은 5.9%가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금액이 약 0.2% 증가하는 데 비해 수입금액은 0.9% 늘어 무역수지도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타격을 받게 된다. 석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해운업계도 운항 차질 가능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특히 이번 공격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지를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HMM이 최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벌크선 운항이 잦은 곳이다.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과 해운 운임 증가 등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지역 분쟁으로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운송 길이 막히면서 공급망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물류 차질 심화에 대비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선복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물류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에너지 수급 차질과 원자재 중심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비해 비축유를 확보하고 적시에 이를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최 차관을 실장으로 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등 산업부 소관국과 유관기관이 분야별 비상대응팀을 가동해 일일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최 차관은 “정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사태 전개를 면밀히 점검해 나가고 상황 전개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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