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로 국민 부담 완화·영화관 활성화 유도
2023년 우리나라의 1인당 영화관 관람 횟수는 평균 2.4회로 세계 8위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 평균 4회 이상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회복이 필요한 단계지만, 영화는 여전히 우리 국민의 가장 중요한 여가 활동으로 손꼽힌다. 특히 평균 영화관람료는 1만85원으로 비교적 저렴해서 오랜 시간 대중적인 문화 활동으로 국민과 함께해왔다.
지난 3월 27일에 있었던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정부는 부담금에 대한 정비와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 32개를 감면·폐지하는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한 것인데, 여기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상영관 입장권에 대한 부과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내는 관람권 가격에는 가액 3%의 부과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개별 소비자들이 그 납부 사실을 모르는 '그림자 조세'의 성격으로 숨겨진 국민의 부담이었다.
그간 영화관람료 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으로서 영화진흥을 위한 지원 예산으로 사용되었는데, 영화관람객에게만 영화진흥을 위한 책임을 지우는 것에 대한 비판도 존재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부과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과감히 폐지를 결정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포함한 18개의 부담금 폐지와 관련된 일괄 개정 법률안이 올해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폐지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번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가 영화발전기금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또 그로 인해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될까 우려해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와 관계없이, K콘텐츠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속될 예정이다.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되던 영화발전기금은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번 부과금 개선의 효과로 국가재정을 통한 안정적인 영화발전기금 재원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문체부는 부과금 폐지와 관계없이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영화발전기금은 그대로 존치하고, 일반회계 등 다른 재원을 활용해 영화산업을 차질없이 지원할 계획이며, 정부 재정 당국도 같은 입장이다. 다른 재원을 활용하더라도 영화발전기금으로 전입하는 구조이므로, 한국영화 창·제작 지원 등 기금 용도에 맞게 사업예산도 집행될 예정이다.
실제로 영화상영관의 관람권 가격이 낮아질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신다. 영화상영관 관람권 가격은, 당연히 판매자인 상영관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2022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결과 향후 1년간 극장 관람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비자의 약 50%가 '가격 상승'을 이유로 꼽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 영화관 관람 국민은 영화관의 관람료가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를 계기로 한국 영화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영화상영관들은 관람권 가격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영화관으로 향하는 국민 발걸음도 더 가벼워지고, 영화관도 더욱 북적일 수 있도록 법 개정 등 남은 추진 일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영화관은 대한민국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문화 공간이다. 깜깜한 상영관에서 두근거리며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던 경험을 모두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고, 코로나19 기간 격리된 집안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커다란 스크린 앞에 모여앉아 공간 가득 울려 퍼지는 소리를 나누던 순간들을 그리워했다.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와 함께 울고 웃던 추억들처럼,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영화관을 많이 방문해 좋은 추억을 쌓길 바란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필자〉전병극 제 1차관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예술·체육·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 체육협력관, 대변인, 지역문화정책관, 문화예술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수료했다. 지난 해 5월 문체부 1차관으로 선임됐다. 직전까지 그랜드코리아레저 혁신경영본부장으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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