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추가투자·보조금 임박… 반도체 용광로 된 美
韓 거야 정국에 'K-칩스법' 난항
반도체 업계의 미국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경쟁 업체인 인텔과 대만 TSMC가 미국 정부로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삼성전자 역시 현지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을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그에 비해 국내 반도체 투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업계에서는 착공 1년 반 만에 완공식을 한 일본의 TSMC 구마모토 공장과 3년 넘게 제대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교하면서 우리 정부도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야는 모두 4·10 총선에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을 놓고는 입장차를 보인 바 있다.
◇TSMC 이어 삼성전자까지, 보조금 지원에 미국 투자 열기 '후끈'
14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성자는 이번주 중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 발표와 맞물려 현지 추가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15일(현지시간) 추가 투자 계획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4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또 다른 반도체 공장은 물론 첨단 패키징·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건설할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 ,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의 보도다.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규모는 총 440억 달러(약 60조5000억원)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계획 발표는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TSMC에 당초 예상한 50억달러(6조8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16억달러(15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맞춰 TSMC는 400억달러(54조2000억원)로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88조1000억원)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공장을 추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13.6% 수준으로 TSMC와 비슷하다. TSMC의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10.1% 수준이다.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투자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 언론들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확보한 공장 건설 부지의 규모가 1100에이커(약 4452㎢)에 달한다면서 현지 반도체 생산 공장을 기존 3곳에서 6곳까지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는 한편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수요를 현지에서 충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다른 국내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도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차기 국회로 쏠리는 눈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다툼이 심화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차기 국회로 향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경쟁국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4·10 총선에서 여야가 일제히 반도체 공약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 등은 지난 2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투자 보조금 신설을 비롯한 지원책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반도체 공약에는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입장차로 인해 K-칩스법 개정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지원책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칩스법은 제정 당시 '재벌 특혜', '부자 감세'라는 논리로 민주당이 반대하며 본회의 통과가 늦어진 바 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1월 K-칩스법 일몰을 오는 2030년까지 6년 연장하자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29일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K-칩스법은 반도체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대기업은 최대 15%, 중소기업은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제도다. K-칩스법이 예정대로 올해 말 일몰 된다면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줄어든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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