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공장 화재 막는 이 남자…올해 2천억 도전 [남돈남산]
‘가스감지기’ 국산화 성공 국내 1위
중국·호주·대만 등 30개국에 수출
“회사를 세운 후 25년 동안 휴가를 쓴 적이 없어요. 기업이 설립된 후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기업가는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늘 기업만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실제로 밤낮없이, 잠도 잘 안 자고, 일생을 기업에 바칩니다. 창업 후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고요? 안 힘든 날이 없지요. 항상 힘들었죠.” <최동진 가스트론(창업자) 대표>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2차 전지·정유 공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 공장, 대형 선박 등에 자사가 직접 개발한 가스감지기를 설치·운영 중인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용 가스감지기 제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가스트론’이다. 쉽게 말해 가스가 누출되면 이를 알려주는 특수 장치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에도 가스감지기가 설치되지만, 공장에 설치되는 것과는 기술력에서 차원이 다르다. 공장에 장착되는 가스감지기에는 아주 적은 양의 가스도 감지할 수 있는 특수 기술이 결합된다.
가스트론은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B2B)을 하는 회사인 까닭에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종 업계는 물론 반도체 제조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 해외 기업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으로 유명하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B2C)은 하지 않는다.
최동진 가스트론 대표가 1992년 설립한 가스트론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중국, 인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약 3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판매 지사도 있다. 지난해 매출액 1542억원, 영업이익 181억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공장에는 여러 가스가 사용되는데, 가스가 누출되면 사람이 질식하거나 화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며 “가스가 새는지 안 새는지 그 여부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 새는 양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데, 가스트론이 개발·생산하는 감지기는 가스 농도까지 측정이 가능한데, 해외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저렴해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표 제품은 간섭가스 필터링 가스감지기다.
최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세척할 때 사용되는 에탄올에도 반응하는 가스감지기가 적지 않다. 표적 가스가 누출됐을 때 정확하게 감지하는 감지기가 필요한 이유”라며 “가스트론의 간섭가스 필터링 가스감지기는 해당 가스가 누출됐을 때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가스트론은 2020년 매출액 1119억원을 달성하며 매출액 1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올해 신제품 판매,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매출액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스트론은 이미 새로운 제품 개발에도 성공했다.
최 대표는 “이산화탄소가 불을 잘 끄기 때문에 소화기에 이산화탄소가 들어가는데, 공장에서 사용하는 여러 산업용 가스들이 혼합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에도 불이 잘 안 꺼진다”며 “가스트론은 불이 났을 때 특수 물질을 뿜어내서 불을 끄는 자동식 소화설비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스감지기를 사용하려면 전기가 필요한데, 공장에 여러 변수가 생겨서 전력이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가스트론은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즉 차세대 감지기인 무선 감지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 개척도 나선다.
최 대표는 “미국, 유럽 기업들이 가스감지기를 먼저 개발해서 관련 시장을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아직 이들 지역에서 가스트론의 입지는 좁다”며 “가스트론 가스감지기를 사용해본 해외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아 선진국 시장도 가스트론에게 조금씩 열리고 있다. 올해 미국, 유럽, 중동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더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떻게 가스감지기 개발에 뛰어들었을까.
가스트론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아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배워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기·전자제품 생산 기업 금성사에 1984년 취업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오디오, 카세트 등 전기기기 개발에 매진했지만, 대학교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는 현실에 크게 실망했다. 1988년 사표를 던졌다. 당시 각종 전자제품, 전기·전자제품의 부품, 기계공구 판매점 등이 밀집돼 있던 서울 청계천 전자상가 밀집 지역으로 무작정 갔다.
최 대표는 “1988년 말부터 1991년까지 각종 기기 등을 판매하면서 영업을 배웠다”며 “여러 기기를 직접 만들고 조립할 수 있는 데다 판매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제조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20만원을 모아 쪽방 같은 공간을 구했다. 1992년 가스트론은 이렇게 출발했다.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에 공장을 설립할 수 없었다. 최 대표가 직접 하나하나 조립하고 제품을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제품 개발에 성공해 1993년 석유화학 공장에 팔았다. 이듬해 큰 사건이 터졌다. 그 해 겨울 가스감지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것이다.
최 대표는 “온도, 습도 등 환경과 상관없이 가스감지기가 잘 작동돼야 하는데, 제품을 충분히 실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처 이 점까지 세심히 고려해서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 결과”라며 “이후 2달 동안 현장에서 먹고 자면서 문제 해결에 매진했고, 결국 해결했다”고 회상했다.
첫 수출도 정말 힘겹게 이뤄냈다. 해외 기업들이 여러 기관에서 인증을 획득한 후 제품 제안을 하라고 요구해서 인증을 받아오면 이번에는 가스트론이 수출 실적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퇴짜를 놓았다.
최 대표는 “국가별로 요구하는 인증이 달랐는데, 인증서 한 개를 획득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라며 “첫 수출은 2000년대 중반으로, 튀르키예 정유 공장에 첫 수출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꿈꾸는 가스트론의 미래 모습은 가스트론이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스감지기 제조업체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와 비교해 후발주자인데, 가스트론은 우리나라 가스감지기 제조업체 중에서도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스트론은 우리나라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중에서 독보적이죠. 세계적인 가스감지가 제조기업들의 업력이 150년 정도 됩니다. 가스트론은 가스감지기 분야에서 세계 5위 안에 진입할 겁니다.”
신수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국민연금, 임금 외 자산소득에도 부과 가능”…500人 시민도 참여했다 - 매일경제
- 삼성전자보다 많은 월급, 권한은 많고 책임 無…‘리얼 꿈의 직장’ 뭐길래 - 매일경제
- “김성태와 창고서 술 마시며 진술 조작했다”…檢 “이화영 주장, 허위” 반박 - 매일경제
- 주말인데 집에서 폰만 보는 당신…“이것 하면 인생이 바뀝니다” [Books] - 매일경제
- “떠난 사람 이용하는 상종 못할 인간들”…박보람 절친 김그림 분노한 이유 - 매일경제
- “사망자 계속 늘어난다”…쇼핑센터 ‘묻지마 칼부림’에 6명 사망 호주 ‘발칵’ - 매일경제
- “남편이 죽었어요” 2억 청구했다가 사기죄 날벼락…보험설계사만 믿었다간 낭패 [어쩌다 세상
- “러 드론 잡는 엄청난 무기, 생산 앞당긴다”…英 “우크라 지원 가능” - 매일경제
- 이란,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공격…드론·미사일 동원해 공습 - 매일경제
- 슈팅 연습 중 ‘무릎 찌릿’ 린가드, 축구 인생 첫 수술 결정...“경기 투입까진 최소 한 달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