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뇌관’에 유가 100달러, 환율 1400원까지 치솟을까...경제 ‘위기 상황’ 경계령

조해동 기자 2024. 4. 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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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홍해’ 이어 ‘이란 호르무즈’ 물류망 타격 우려…글로벌 ‘강(强)달러’ 자극 가능성
기준금리 결정에도 변수…정부, 대외변수 긴급점검 회의 열었지만 ‘뾰족수’ 없어
“총선에서 여당 참패로 정책 리더십 약화한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한국 경제에 중동 리스크(위험)가 급부상하고 있다.

6개월을 넘기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도발 등 중동 악재가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중동 최대 맞수’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충돌은 충격파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중동발 유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는 상대적으로 큰 충격파가 가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연되면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중동사태 전개를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휴일인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재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 재점검을 지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유가는 일찌감치 우상향 곡선을 타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확전이 현실화한다면 이미 배럴당 90달러 선에 육박한 국제유가를 추가로 밀어 올리면서 ‘중동산 오일’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거시경제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만 봉쇄되더라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가뿐히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국제유가 상승 만으로도 국내 물가 상승세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선 이후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정돼 있다. 향후 국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3.1%를 정점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한다면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운용 기조도 다시 짜는 것이 불가피하다. 당초 정부는 배럴당 81달러(두바이산)를 기준으로, 연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

고유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을 부추기는 동시에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 소비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역설적으로 소비위축은 그만큼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공급 측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수요는 위축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당국의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원화 가치 하락)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수입 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은 1370원선을 넘어섰다.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 가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강(强)달러에 추가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물가를 자극한다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금융통화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시장의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정부의 ‘정책 리더십’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사태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중동 사태는 한국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며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여권의 리더십이 악화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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