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글로벌 틈새시장의 의의
지난 1년 동안 운용자산(AUM) 기준 세계 100대 벤처캐피털들을 파악해 개별 기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매월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해외 신규 스타트업들의 수행 사업을 검토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재 관심을 갖고 있거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술 유형과 서비스 모델들을 데이터 기반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다. 조사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투자 유치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된다는 것과 사업 아이템이 과감하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과 관련된 초격차 기술들은 필연적으로 미래 시장을 겨냥하지만, 관련 글로벌 기업들은 생각보다 더 먼 미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당장 혹은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해외는 그 이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자율주행, 탄소중립, 우주 발사체 개발 등과 관련한 기술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자율 비행 (Auto Aviation), 탄소 저감 (Carbon Negative), 우주 광물 채취까지도 연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더불어 틈새시장 (Niche Market)에 특화된 이색 서비스들도 눈길을 끌었다. 길거리 행위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특대 사이즈 전문 풋웨어 브랜드, 관계 갈등을 중재하는 대행 서비스 등 실험적인 아이디어들과 비즈니스 모델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돈이 될까?' 혹은 '충분한 고객 수요가 존재할까?' 등 시장성과 관련한 의문점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분명 시장 규모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었기 때문에 투자가 집행되었을 터, 이러한 의구심은 전체 시장 규모를 단일 국가로 제한하는 필자의 무의식적 전제에 기인한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앞서 제시한 여러 특이 아이템들을 국내로 한정해 사업화한다고 가정하면 분명 수익 창출과 시장 확대에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복수 국가들의 틈새시장을 포괄적으로 흡수한다면 전혀 다른 시각에서 유의미한 사업 전망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틈새시장은 문자 그대로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고객 니즈가 존재하는 소규모 시장을 일컫는다. 다른 업체가 아직 진출하지 않아 기회 영역으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수요가 적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워 사업의 효율화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글로벌화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소적인 고객군이라고 해도 해당 계층이 여러 국가에 공통으로 존재한다면, 통합적 관점에서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서의 틈새시장이 역설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는 틈새시장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물류 및 유통 인프라와 기술력의 고도화로 다른 나라 고객들에 대한 접근성이 큰 폭으로 제고됐다. 순수 IT 서비스의 경우에는 국내외 고객을 구분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따라서 분절적이며 파편화된 국가별 틈새시장을 묶어서 바라보기에 더 없이 유리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글로벌 사업화는 오히려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는 창구이며, 동시에 유의미한 수요까지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글로벌 창업 대국의로의 도약을 목표로 지난해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 조성액을 2027년까지 매해 1조원씩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와 연계해 국내 혁신벤처 기업들이 보다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과감한 기술력과 서비스들을 제시하길 바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으면 좋겠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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