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우리 아이 유치원 '베프' 누굴까? AI가 척척
비전AI 기술로 영유아 행동분석
박현수 '플레이태그' 대표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레전드급' 스타트업 창업자다. 구글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박 대표가 참여한 논문의 인용 횟수는 3000건이 훌쩍 넘는다. 컴퓨터 비전 분야 최고 학회·저널에 논문 50편 이상을 발표하면서다. 3차원 행동 복원 및 인식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불린다.
창업을 위해 미네소타주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직은 휴직했다. 그는 2022년 2월 플레이태그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알림장 서비스 '스토리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의 행동을 AI가 분석한 결과를 교사와 부모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가 만든 서비스는 조금 다를까? 최근 박 대표를 만나 사업 현황과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AI로 행동분석 "80% 이상 만족"
우선은 왜 이런 분야에서 창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기대보다는 싱거운 답이 나왔다. 사람의 행동을 컴퓨터가 분석하고 이를 이해하는 연구를 꾸준히 하면서 어떤 분야에 임팩트 있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는 분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주변 부모들을 만나면 아이가 멀쩡해도 늘 걱정하는 니즈가 있었다"며 "또한 연구보다는 사업이 더 많은 사람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봤다.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거나 발달지연 등의 의심이 있을 때 병원에 가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머무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의 모습을 분석한 결과를 부모와 교사에게 전달하면 아이의 상태를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플레이태그가 서비스하는 스토리라인은 보육기관에 설치된 CCTV의 영상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아이의 하루를 일과별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스토리'와 자유놀이나 대·소집단 활동, 점심 시간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정량적 데이터로 제공하는 '인사이트'가 주요 서비스다.
아이의 실내 활동량과 놀이 선호도, 교우 관계 등을 일간, 주간 월간으로 제공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양상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반 평균 대비 시간당 걸음 수가 어느 정도인지, 이번달 가장 많이 함께 논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놀이 유형이 미술인지, 과학인지도 파악 가능하다.
CCTV를 '분석 당하는' 것에 대한 어린이집, 유치원의 거부감은 없을까. 박 대표는 "교사와 관련해선 아무런 정보도 나가지 않고 사진도 필터링을 하는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장치를 넣었으나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서비스를 경험한 뒤에는 만족도가 오히려 높았다"고 했다.
실제로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만족했다고 한다. 업무를 줄여주고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가령 교사가 관찰일지를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면, 이것이 5분으로 감소한다. 1개월 누적 기준으로 보면 10시간에 달하는 업무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아이들의 행동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할 수 있어 보육이나 교육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누구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사진뿐 아니라 정량적 데이터로도 알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앞으로는 비디오 형태로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박 대표를 포함해 인력 대부분이 전문가로 구성된 덕이기도 하다. 현재 플레이태그에는 비전 AI·개발자 6명, 보육·마케팅 전문가 7명, 교육기관 교사 출신 및 사용자환경(UI)·데이터 전문가 8명 등이 근무 중이다.
박 대표는 "아이들별로 사진을 찍고 인식한 뒤 CCTV에 찍힌 비디오를 트래킹하는데, 보이지 않은 모습은 추론을 통해 최적의 뷰를 판명하면서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며 "AI 엔지니어와 유아교육 전문가들이 전문기관과 협업해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행동의 특징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서 시작해 글로벌 공략"
플레이태그의 스토리라인은 이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유아기관에 처음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올해 2월 현재 97곳의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적용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22곳, 경기 55곳, 강원 3곳, 충북 7곳, 전북 6곳, 경북 4곳 등에 적용됐다.
그동안 DSC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투자, CJ인베스트먼트, BNK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및 KT 브릿지랩에도 선정됐다. 올해 2학기부터는 월 정액 방식으로 제공하는 유료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계획했다. 유아동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은 언어와 관계가 없어서다.
그는 "이런 사업은 언어와 상관이 없어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며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는 교육열이 높고 다양한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사업자와 협업을 추진하고 노인 등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서비스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AI는 데이터 싸움이라고 보면 되는데, 저희는 영유아 분야에 특화한 행동분석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행동분석을 하는 회사는 이제 막 생기고 있는 단계이고 영유아 분야는 AI가 침투된 분야가 아니므로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점점 감소하고 있으나 '바잉 파워'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움직일지 행동을 분석하면서 사람들의 눈이 되어주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