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소수’가 이끈 변화 [유레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4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내건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민노당은 몇차례의 '분화'를 거쳐 정의당으로 간판이 바뀌었지만, 한국 사회 변화의 중심엔 언제나 진보정당이 있었다.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이자의 최고 한도를 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 이자제한법, 아동수당 도입 등도 모두 진보정당이 처음 내놓은 정책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4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내건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없던 길’을 스스로 만들어낸 덕이었다. 민노당은 2001년 헌법소원으로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정당에 각각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를 이끌어냈고, 이 방식이 처음 도입된 17대 총선에선 정당 득표율 13.1%로 10석(비례대표 8석·지역구 2석)을 확보한 원내 3당이 됐다. 당시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된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오는 데는 5분이 걸렸지만, 노동자가 국회에 입성하기까지는 5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노동자 작업복 차림의 단병호, 한복 차림의 강기갑 의원의 등장은 국회 변화의 신호이기도 했다.
민노당은 몇차례의 ‘분화’를 거쳐 정의당으로 간판이 바뀌었지만, 한국 사회 변화의 중심엔 언제나 진보정당이 있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된 학교 무상급식은 민노당이 처음 의제화를 시도해 10여년 만에 결실을 본 대표적 사례다.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이자의 최고 한도를 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 이자제한법, 아동수당 도입 등도 모두 진보정당이 처음 내놓은 정책이었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를 제한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정의당이 이끌었다. 무상교통 의제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도입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국회 교섭단체(의석수 20석 이상)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된 의사결정에서 소외됐고, 양쪽 진영에선 ‘2중대’로 폄하되거나 ‘배신자’ 프레임에 시달렸다. 비정규·플랫폼 노동이 만연하면서 대중적 기반을 다지지 못했고, 내부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결국 22대 총선에서 득표율 2.1%로 최소 기준(3%)에 미치지 못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됐다.
진보정당은 비록 의원수는 적지만 ‘배후’에 노동자와 농민, 서민이 버티고 있다는 의미로 ‘거대한 소수’로 불렸다. 정치 양극화로 진보의 가치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다. 22대 국회 정의당의 ‘빈자리’가 아쉬운 이유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찰개혁’ 시즌2 불씨…새 국회에서 다시 떠오른다
- ‘3개의 전쟁’ 수렁 빠질라…바이든 “이스라엘의 이란 반격 반대”
- 민주 ‘특검 정국’ 예고…‘김건희·50억클럽’도 다시 속도낼 듯
- 4월에 32.2도 찍었다…지구 표면온도 10개월째 최고치 경신
- ‘화약고’ 예루살렘 성전산 위에서 펑…“320개 드론·미사일 쐈다”
- 민주 “채상병 특검법 5월2일 본회의 처리”
- [단독] 삼성전자, 노조 집회장소에 ‘꽃밭’ 조성…“이런 전례 없다”
- 지마켓 회비 한달간 3만원→4900원...‘쿠팡 탈퇴족’ 환승할까
- 갈가리 찢긴 의료계…총선 참패한 정부 ‘의료 정상화’ 손 놨나
- 민주 특검법 추진에…비윤 “검토 뒤 털고 갔으면” 친윤 “안 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