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할 수 없는 추모, ACL 울산-요코하마전의 유상철 매치가 특별한 이유

(베스트 일레븐)

울산 HD FC가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진행한다. 상대인 요코하마 F마리노스는 물론 AFC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는 이벤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오는 17일 저녁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예정된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라운드에서 요코하마와 대결한다. 울산은 아시아 정상을 향한 중요한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이번 홈 경기에서 울산 레전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경기 전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선수들이 특별 제작된 머플러와 티셔츠를 착용해 경기장에 입장한다. 또한 유 감독의 유족들이 제공한 유니폼 등 유품들을 팬들에게 전시할 계획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벤트라 느낄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AFC 주관 하에 진행되는 국제 대회인 만큼 기존 K리그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일례로 A보드나 미디어 백드롭 등 여러 시설물이 바뀌며, 전광판에는 구단이 준비한 K리그에서의 다양한 프로모션이 아닌 AFC가 마련한 프로모션 영상이 송출된다.

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한 이벤트라고는 해도, AFC에 승인권이 있는 만큼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울산 측이 이미 공지했듯 해당 행사는 문제없이 진행된다. 울산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AFC는 이번 준결승을 장식할 울산과 요코하마는 물론 K리그와 J리그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나아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레전드이기도 한 유상철 감독을 위한 행사인 만큼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코하마에서는 팬들이 이번 울산과 대결에 유상철 감독과의 인연을 두고 몰입하는 모습이다. 일부 팬들은 유 감독의 묘소인 충주 메모리얼파크의 위치를 수소문하며 참배를 문의했다고 한다. 요코하마 팬들은 유 감독이 생전에 투병했을 때 한글 현수막까지 제작해 그의 쾌유를 빌었으며, 영면에 든 이후에도 마음을 다해 애도를 표한 바 있다. 요코하마 팬들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사상 처음 만나게 된, 유 감독의 땀이 스며든 클럽 울산과 대결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울산은 유 감독을 추모하는 한편 이번 경기를 통해 해외에서의 인지도 상승 및 국제적 홍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울산 관계자는 "이미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구단의 온라인 스토어의 해외 결제 및 접근을 가능하게 해 해외 팬들의 울산 관련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단 요코하마전뿐만 아니라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났던 빠툼 유나이티드(태국), 반포레 고후(일본) 등 여러 팀과 대결에서 상대에게 신사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울산이다. 이번에는 유상철이라는 레전드를 통해 더욱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요코하마와의 관계도 증진시키고, 나아가 일본 팬들에게도 적극 다가서는 K리그 구단임을 어필할 계획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