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69승 투수의 간절했던 1승...양현종 “이런 게 야구다”[스경x인터뷰]
양현종(36·KIA)은 개막 이후 3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불운에 가까웠다. 3월26일 롯데전에서는 5.1이닝 1실점, 2일 KT전에서는 5.1이닝 4실점, 7일 삼성전에서는 6이닝 3실점을 했지만 첫승은 오지 않았다. 딱 한 번 4점이나 줬더니 바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 3경기에서 양현종이 받은 경기 당 득점 지원은 1.00. 리그 최저 수준이었다. 다른 팀은 몰라도, 팀 타율 1위로 연승을 반복하며 시즌 초반 1위로 치고나가는 KIA이기에 희한한 일이었다. 유독 양현종이 던질 때만 타자들이 침묵했다.
양현종을 볼 때마다 미안해하던 타자들이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드디어 폭발했다. 3회에만 홈런 포함 7안타 1볼넷으로 6점을 뽑은 뒤 4회에도 2점을 더했다. 양현종은 6이닝 2실점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고 11-2로 앞선 7회말부터 불펜에 공을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펜이 흔들렸다. 큰 점수차에, 최근 2군에서 호출된 투수 김사윤이 나갔으나 2사후 소크라테스의 포구 실책이 나오자 와르르 무너져 4실점(비자책) 했고 이어 등판한 윤중현까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3점을 내줬다. 순식간에 11-9까지 쫓기자 KIA는 장현식, 곽도규, 전상현, 최지민까지 필승계투조를 총동원해 2점차 승리를 겨우 지켰다. 양현종도 간신히 승리했다.
양현종은 KBO리그 통산 최다 선발승 기록을 가진 투수다. 이날 시즌 첫승으로 통산 169승째를 거두며 167번째 선발승으로 기록을 늘려나갔다. 개막 직후에 비해, 등판을 거듭할수록 특유의 안정감도 찾아가고 있다.
올시즌 초반 KIA의 질주 속에는 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나란히 3승씩 거두면서 KIA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고 국내 선발들은 어려 결국 늘 에이스이자 리더 역할을 해야 했던 양현종에게 올해의 출발은 조금 낯설다. 윤영철(2승)과 이의리(1승)까지도 이미 승리해, KIA 선발 5명 중 양현종만 유일하게 승리를 못 하고 있었다. 양현종의 승리가 없는데도 KIA가 잘 출발한 것 또한 새로운 모습이다.
4번째 도전한 시즌 첫승을 또 놓칠 뻔했으나 결국 잡은 양현종은 “첫 승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나만 선발승이 없었기 때문에 쫓기는 기분도 조금 있었지만 야수들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전수전을 겪었고 그 자신도 중간계투를 경험했던 양현종은 늘 신경쓰는 불펜 투수들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양현종은 “조마조마 했지만 이런 게 야구 아니겠는가. (윤)중현이, (김)사윤이 둘 다 잘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둘의 마음을 잘 안다. 의기소침 하지 않으면 좋겠다. 불펜 투수들에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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