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서 피어난 '물빛'…"600년 역사, 소통의 빛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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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재위 1469∼1494)은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위해 1483년 궁을 지었다.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창경궁이 올봄 찬란한 물빛으로 반짝인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궁중문화축전'(4.27∼5.5)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체험형 야간 관람 프로그램 '창경궁 물빛연화'를 통해서다.
물빛연화는 창경궁의 자연경관과 빛, 첨단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춘당지 일대를 자유롭게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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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관통하는 궁궐 의미 전달 집중…국가유산 모두가 누리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재위 1469∼1494)은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위해 1483년 궁을 지었다.
과거 수강궁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창경궁이다.
조선 궁궐 가운데 유일하게 동쪽을 향하고 있는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다시 지어진 뒤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이 중건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역사의 중심이 된 것도 잠시. 1909년 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이 들어서면서 위엄을 잃어갔고, 1911년에는 그 이름마저 창경원(昌慶苑)으로 바뀌었다.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창경궁이 올봄 찬란한 물빛으로 반짝인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궁중문화축전'(4.27∼5.5)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체험형 야간 관람 프로그램 '창경궁 물빛연화'를 통해서다.
연출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1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창경궁이 시대별로 변화한 과정과 궁의 의미를 빛으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물빛연화는 창경궁의 자연경관과 빛, 첨단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춘당지 일대를 자유롭게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작가는 "조선 궁궐의 시간, 과거의 시간, 근현대의 시간 등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간을 길 위에 비치는 물빛과 함께 보여주며 궁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른 정치를 추구하고 백성을 위하고자 했던 왕의 마음을 담은 물길이 빛을 통해 시·공간을 관통해 오늘날 조화와 소통의 공간이 된 창경궁의 의미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과 달리 '물빛연화'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산책길 입구에서는 불빛이 차례로 켜지면서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두 개의 연못으로 나뉜 춘당지에서는 어둠 아래 빛나는 수면을 배경으로 활용했다.
19세기 근대건축의 새로운 소재인 철과 유리를 사용한 국가등록문화재 대온실에서는 여러 조명을 활용해 마치 보석함 같이 반짝이는 모습을 관람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처음에는 어둠이 내려앉은 밤, 빛의 언어로 들려주는 궁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아 '창경야화'라고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야화'라고 하면 다른 뜻도 생각나잖아요. 결국 '연화'가 됐죠."
이 작가는 '물빛연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로 대춘당지를 꼽으며 "물 위라는 장소적 특성과 자연환경을 살려 창경궁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경궁의 정전(正殿·왕이 나와 조회하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건물)인 국보 명정전의 형태와 궁 곳곳에 있는 문양이 새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작가는 약 6개월간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창경궁을 여러 차례 오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창경궁은 역대 왕들의 이야기가 남아있으나, 일제강점기에 이름이 격하되는 아픔을 가진 장소"라며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창경궁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서울라이트 광화문'을 비롯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굵직한 전시를 도맡아 했던 그가 '궁중문화축전'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는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다니엘 아라스는 관객이 '작품 앞에 5분 만이라도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문화재, 앞으로의 국가유산도 그랬으면 합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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