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저격'한 전공의에 의료계 내홍…25일 교수 사직 효력 발생

이채린 기자 2024. 4.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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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면서 오래 이어진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낸 사직서가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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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총선이 끝나면서 오래 이어진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낸 사직서가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전공의 대표가 의대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졌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

그는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 제목의 한 기사의 링크를 첨부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기사 본문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수련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글에는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문제의 당사자인 병원들은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권의 대학병원들은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 구조를 바꿀 계획이 없으며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 체계의 상업화, 시장화를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한 것이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의료계가 결속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과 병원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료계에 퍼지며 곧바로 논란이 됐고,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 종일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올린 포스팅 때문에 시끄러웠다"며 "워딩의(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통일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처럼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사들은 '2000명 증원 전면백지화'를 포기하고 어느 정도 증원을 용인하는 쪽으로 여지를 둬야 한다는 온건파와 정부가 증원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없다는 강경파로도 갈린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현 비대위와 차기 회장 사이 갈등도 여전하다. 

4월 25일은 의대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지 1달이 되는 날이다. 민법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대학 측이 교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지만 25일이면 사직서를 제출한지 1달이 지난 만큼 이때부터 실제로 사직 상태가 돼 병원을 떠나는 의대 교수들이 생길 수 있다. 사직이 효력을 발생하는 사례가 실제로 한꺼번에 나타나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대형병원의 사정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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