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전에 울산 주민규였다면 이제 국가대표” 늦게 핀 꽃의 사명감

이현민 2024. 4. 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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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태극마크를 달고 33세 343일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울산 HD 팬들은 주민규를 향해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응원 문구로 힘을 실어줬다.

주민규는 지난달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골은 불발됐지만, 최전방 옵션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울산으로 돌아온 주민규가 축구화 끈을 더욱 조이며 밝은 내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토너먼트에서는 3골을 기록했으나 K리그1에서 골이 없었다. 지난 6일 수원FC와 6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민우의 패스를 마무리하며 5경기 만에 첫 골을 신고했다.

흐름을 탔다. 주민규는 13일 열린 강원FC와 7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8분과 후반 15분 이동경의 패스를 문전에서 슈팅으로 연결해 멀티골을 터트렸다. 전반 42분에는 이동경의 골을 도우며 2골 1도움을 올렸다. 지금까지 리그 6경기에서 3골 1도움. 타오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13일은 본인의 생일이었다. 부모님도 직관하셨기 때문에 더욱 값진 득점포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규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ACL 4강을 앞두고 있어 강원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승리해야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모두 인지하고 싸웠다. 기쁘다”고 미소를 보였다.

3월 리그에서 침묵을 지켰던 주민규다. 대표팀을 다녀온 뒤 열렸던 전북현대(2-2), 대전하나시티즌(0-2)전에서 울산은 제동이 걸렸다. 주민규는 부담감에 사로잡힌 듯 무거웠다.

그는 “공격수라면 득점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 경기력을 떠나서 빨리 득점이 터져야 자신감이 붙는다. 이것은 공격수들의 고민이자 숙제다. 다음 스텝을 위해 가볍게 갈 수 있다”면서, “계속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홍명보 감독님이 ‘힘을 빼고 부담 갖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스스로 돌아봐도 찬스 때 조급했다. 최근에 득점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골을 넣어서 자신감과 여유를 찾겠다”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주민규의 연속골이 터지자 울산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2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고,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경기력, 결과, 분위기까지 왜 잘 되는 집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강원전에서 후반 15분 엄원상→이동경→주민규로 이어진 역습 장면은 일품이었다. 엄원상의 패스를 받은 이동경이 상대 문전에서 직접 마무리할 수 있었으나 주민규에게 양보했다. 당시 주민규는 안 줘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득점 후 처용전사 앞에서 이동경에게 공을 돌리는 훈훈한 모습도 포착됐다.

주민규는 “감독님이 항상 팀으로 싸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오늘 경기를 통해 팀이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동경이가 직접 넣었어도 되는데, 내 생일이라고 양보를 해줬나 싶기도 하고,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지난달 대표팀에 다녀온 주민규는 현재 많은 점이 달라졌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예전까지 울산의 주민규였다면 이제 국가대표 꼬리표가 달렸다. 매 경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감독님이 ‘이제 100명이 아닌 1,000명 이상의 팬이 너를 본다. 여유 있게 대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면서, “개인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표팀은 처음이다 보니 경직되고 부담도 되고 경기장 안에서 힘이 들어갔다. 많은 골을 넣어야 자신감이 붙는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표팀과 울산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주민규의 눈은 ACL을 향하고 있다. 울산은 오는 17일 홈에서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ACL 4강 1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승리하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진출권을 따낸다. 동시에 ACL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얼마나 많은 게 걸려 있는지 말을 안 해도 안다. 우리팀의 모든 선수가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다. 감독님도 동기부여를 주려고 노력하신다. 경기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 K리그를 대표해 절대 지면 안 된다.”

사진=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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