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서 이동해도 뇌 속 GPS세포 활성화 첫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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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유체 이탈 같은 위치에 대한 환각 증상이 나타날 때도 뇌 속 위치 관련 세포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실제 위치 이동 없이 위치나 장소 등 공간 관련 뇌 세포 활성화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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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유체 이탈 같은 위치에 대한 환각 증상이 나타날 때도 뇌 속 위치 관련 세포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실제 위치 이동 없이 위치나 장소 등 공간 관련 뇌 세포 활성화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문혁준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스위스 올라프 블랑캐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다중감각 VR 기술을 통해 '자기 위치 환각'으로 인해 뇌 속 격자 세포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자기 위치 환각이란 몸이 물리적으로 위치한 곳이 아닌 곳에 자신이 있다고 인식하는 환각 현상으로 대표적으로 유체 이탈이 있다.
우리 뇌에는 자신이 위치한 장소를 인지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수행하는 '격자 세포'와 '장소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이들 세포가 위치에 따라 차례로 반응해 우리의 위치를 좌표 형태로 인식한다. 공간 내 사건들을 기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두개골을 열고 침습적 전극으로 개별 세포의 활성을 측정해야 해 지금껏 격자 세포와 장소 세포 등 GPS 세포가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다. 동물실험으로 연구하기도 어려웠다. 인간만이 상상이나 환각을 통해 실제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자신이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순수인지적 위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호환 VR 기술과 몸과 관련한 시각, 촉각 등 자극 정보의 통합인 다중감각 신체 신호 자극을 결합해 다양한 위치와 방향으로 자기 위치 변화 환각을 유도했다. MRI 호환 VR 기술은 실시간으로 MRI 스캔을 하면서 환자나 피험자가 가상 현실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실제 뇌 활동을 관찰하면서 환자의 인지 기능이나 행동을 평가하는 등 다양한 연구 및 임상 응용이 가능하다.
그 결과 연구팀은 환각에 의해 유도된 자기 위치에 대한 순수인지적 변화가 그에 상응하는 격자 세포의 활성을 일으킨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인간 뇌 속 GPS 좌표가 신체의 물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지 활동과 경험에 따른 위치 정보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결과는 뇌 영상 분석을 통해 환각 증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유체 이탈 등의 환각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를 위한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연구원은 “1인칭 시점의 시각적 환경 단서의 변화에 의존해 왔던 기존 인간 격자 세포 연구와 달리 다중 신체 감각의 통합이라는 주요 연구 요소를 새롭게 제시했다”라며 “다양한 정신질환이나 신경 질환으로 인한 환각 증상의 뇌 기능적 메커니즘 이해를 통해 해당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비침습적 신경 자극 치료를 개발하기 위한 후속 국제협력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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